금융



伊 악재에 증권가 "단기 변동성 확대 불가피"

이탈렉시트 우려 커져…재정 악화로 '제2의 그리스' 될 수도
달러화 등 안전자산 선호 심화로 신흥국 증시 타격
"브렉시트 재현 가능성은 제한적…6월 美 FOMC가 분수령"


[파이낸셜데일리=송지수 기자] 이탈리아 정세 불안이라는 악재에 국내 증시가 주저 앉았다.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을 탈퇴할 수 있다는 이른바 '이탈렉시트(Italexit)' 우려가 글로벌 증시를 강타한 것이다.


증권가는 지난 2016년 6월 증시 폭락을 불러왔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와 같은 일이 재현될 가능성은 작지만 단기적으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2457.25)보다 48.22포인트(1.96%) 내린 2409.03에 장을 마쳤다.


하락 출발한 지수는 낙폭을 키우다가 오후 들어 2399.58까지 떨어졌다. 장중 24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3월26일(2399.44) 이후 2개월 만이다.


이탈리아의 정국 불안으로 미국과 유럽 증시가 일제히 하락 마감하는 등 전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국내 증시에서도 투자심리가 악화된 결과다. 코스피 뿐 아니라 일본 니케이225 지수가 1.52% 빠지고 중국 상하이종합 지수는 2.53% 하락 하는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내림세다.


 '이탈리아발(發) 쇼크'는 반(反)EU파 주세페 콘테 총리 후보가 친(親)EU 성향인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과 충돌하면서 촉발됐다. 콘테는 3월 총선에서 승리한 우익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과 극우 정당인 ‘동맹당’이 지명한 총리 후보자다.


그는 내각을 꾸리면서 경제부 장관에 “이탈리아의 EU와 유로존 가입은 역사적 실수”라고 주장한 바 있는 파올로 사보나 전 산업부 장관을 추천했다. 이에 시장에서 이탈렉시트 우려가 불거지고 투자자들이 채권과 주식을 내다 팔기 시작하자 마타렐라 대통령은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경제장관 후보자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자 콘테 후보자는 총리직 사퇴로 응수했고 마타렐라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 고위 관료 출신인 카를로 코타렐리 보코나대학 교수를 과도 중립 내각의 임시 총리로 지명해 정국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오성운동과 동맹당이 총리 인준을 반대하며 조기총선을 요구하고 있어 이탈리아 정국의 혼란은 더욱 극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이탈리아의 9월 재총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반EU 성향의 두 포퓰리즘 정당이 다음 총선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제2의 브렉시트 사태가 벌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가뜩이나 이탈리아가 막대한 국가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두 정당이 연금 개혁 완화, 최저 소득, 감세 등 재정 적자 규모를 크게 늘릴 정책을 표방하고 있어 재정 위기로 구제금융 신세를 진 그리스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이탈리아 2년물 금리가 1992년 이후 26년만에 최대폭으로 급등했고 미국 10년물 금리는 2.8%가 깨지며 급락했는데 이는 브렉시트 이후 가장 강력한 하락"이라며 "그리스 사례를 경험했던 투자자들은 실제 유로존 탈퇴는 없더라도 불확실성이 시장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조기총선의 캠페인 과정에서 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은 주기적으로 불거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를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글로벌 금융시장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시장의 우려가 주변국, 특히 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 등 위기 경험국들로 전염되는지 여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는 국제 금융시장과 마찬가지로 국내 증시도 당분간 변동성 확대 국면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탈리아발 쇼크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되면 각국 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쏠리게 되고 이는 신흥국 증시에 악재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이미 미국 국채금리 하락과 달러화 강세러는 전형적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아르헨티나, 터키, 인도네시아 등의 신흥국들은 금융 불안을 겪고 있다.


허 연구원은 "이탈리아의 조기 총선과 차기 정부구성 과정에서 유로화의 추가적인 약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달러화 강세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달러화 강세의 지속은 글로벌 금융여건의 악화를 통해 신흥시장 자산가격과 통화가치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오성운동과 동맹당이 연합해 선거를 치른다면 증시에 부정적이다. 재총선이 이탈리아 EU 탈퇴에 대한 국민투표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금융시장은 EU 시스템 우려로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한 차례 변동성 확대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탈렉시트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으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극단적으로 강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전망이며 오는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어떤 발언이나 결정이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박상현 리딩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이탈렉시트 리스크가 당분간 부각될 수 있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며 "오성정당이 지난 총선에서 1당이 되었지만 이탈리아 국민들은 EU 탈퇴보다는 여전히 잔류를 원하는 비율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불안한 금융시장 흐름은 6월 미 FOMC 회의와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가 단기 분수령 역할을 할 전망"이라며 "6월 FOMC 회의에서 추가 금리인상이 단행되더라도 향후 금리정책에 대한 비둘기파적인 코멘트가 나올 경우 달러화 강세가 주춤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을 회복할 여지가 높다"고 전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이번 이탈리아 사태가 2016년 브렉시트와 같은 상황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유로존이란 단일 통화권에서 벗어나 독자 통화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막대한 경제, 사회적 비용을 이탈리아가 감수할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이미 상당한 수준의 정치 쟁점으로 부각된 사안인 만큼 해결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은 클 수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역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을 자극하는 요소"라며 "단기적으로 6월 FOMC까지는 금융시장의 긴장감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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