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CT업계, 7월부터 '주 68→52' 근로시간 단축 앞두고 아우성

ICT업계 "24시간 IT 시스템 운영, 장애처리, 비상근무 고려해야"
부작용 우려? 타 업종 대비 긴 근로시간 때문...발주처 협력 우선돼야


[파이낸셜데일리=강철규 기자] 근로시간 단축(주당 최대 68→52시간)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자 '저녁 있는 삶'에 대한 기대 못지 않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ICT업계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고용노동부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근로시간 단축 관련 ICT 업계와 현장 소통 간담회'를 개최했다. 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ICT(정보통신기술)업계 종사자들은 24시간 IT 시스템 운영, 장애처리, 비상근무 등 ICT업계의 특성을 고려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운영기간 확대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렇듯 ICT업계가 근로시간 단축을 반길 수 만 없는 까닭은 업종이 가진 특성에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행한 '사무직 근로자의 근로시간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IT 종사자들의 1일 평균 실 근로시간은 9.9시간으로 나타났다.


  1일 평균 초과근로시간은 27.시간, 휴식시간은 56.2분, 월 평균 토요일 근무일수는 1.1일, 월 평균 일요일 근무 일수는 0.7일, 월 평균 철야근무일수는 2.1일로 나타났다.


  또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근로시간이 길게 나타났는데, 10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시간이 10.2시간으로 가장 길었다. 10인 미만 사업장은 초과근로시간도 2.9시간으로 가장 길었고, 토요일 철야근무일수도 3.1일로 가장 많았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발행한 'SW기술자 처우 개선에 대한 새로운 접근' 보고서에서도 소프트웨어(SW) 기술자의 주당 근로시간이 타 업종 대비 길다는 사실을 명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SW기술자의 주당 근로시간이 평균 57.3시간으로 타 업종 대비 15% 긴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SW기술자의 64.8%는 평소 야간근무를 하고, 횟수는 월 평균 약 8.1일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한국산업보건학회에 발행한 '고용형태에 따른 IT 종사자의 건강습관과 직무스트레스' 보고서는 IT 사무직 종사자들은 일반 직장인처럼 정시에 출근하고 정시에 퇴근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밤을 새워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IT 종사자들이 다른 직종보다 더 많은 근로시간을 감내하고 있는 까닭은 IT 분야가 변화하는 속도가 그 어떤 업종보다도 빠르다는 데 있다.


  IT 분야는 현재 다양한 기술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고, 너무나 빠르게 신기술이 도입돼 다른 업종보다 새로운 표준을 쫓아가야 하는 부담이 크다.


  아울러 무리한 일정으로 인해 초과 IT 종사자들이 초과근로를 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원부족 및 발주사의 추가작업 요청, 회사의 초과근로 관행 등도 긴 근로시간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꼽혔다.

 

이에 지난달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는 가장 먼저 법정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근로기준이 산업특성에 적합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근로시간제 운영의 재량권을 강화해달라고 공식 건의했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근무행태가 다양해지고 산업별 특수성이 커진 현실에도 경직된 근로기준을 일괄적으로 적용한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며 "특히 일반 제조업과 단순 서비스업에 적합한 근로기준을 IT서비스산업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협회는 "IT서비스업은 엔지니어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활용해 고객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소프트웨어나 컴퓨터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지식서비스 산업"이라며 "엔지니어의 기술아이디어가 곧 생산성과 업무성과로 이어져 명확한 근무시간 책정이 어려운 부분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IT서비스업은 구축된 소프트웨어, 컴퓨터 프로그램 등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장애를 해소하는 기술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일부 사업은 고객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작업이 야간, 주말, 공휴일에도 이뤄진다. 성격에 따라 24시간 다수의 대기인원이 상주해야 하는 사업도 상당하다"며 "기존 잣대로 측정할 수 없는 산업적 특성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T서비스 종사자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프로젝트 고객(발주처)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근로자의 연차휴가 사용을 막고, 발주처의 사정에 따라 사업기간을 임의대로 조정해 과도한 연장근로를 유발하는 행위들은 이제 철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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