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文정부 경제팀, 김동연 vs 장하성 '최저임금' 놓고 충돌

'혁신성장' 대기업 역할 강조 vs '삼성 저격수'로서 대기업 규제
경제 컨트롤타워, 최저임금 인상 효과 여부에 따라 결정 날 듯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의 양대 축은 '소득 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이다. 그런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며 충돌했다.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 쪽으로 방향을 틀려고 하는 가운데 장 실장은 소득 주도 성장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 향후 문재인 대통령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도 관심이다.


3일 정치권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의 충돌은 일정부분 예견됐다. 서로 지향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즉 김 부총리는 '동반성장'에 역점을 두고 있으나 장 실장은 '재벌 개혁'을 중시하고 있다.


◇동반성장 역점 둔 '김동연' vs 대기업 규제 '장하성’

김 부총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혁신성장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김 부총리는 실제로 올해 1월 현대차를 방문해 "벤처기업과 중소·중견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혁신성장의 중요한 축"이라며 "신산업 분야에 더 많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대차도 3, 4차 협력사에서 최저임금 문제가 있다면 신경을 써서 최저임금이 정착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을 지원해 달라는 주문이지만 동반성장을 강조한 모양새다.


반면 장 실장은 대기업이 불평등을 만들었다면서 정부가 직접 해소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2015년 말 출간한 '왜 분노해야 하는가'라는 서적에서  파악할 수 있다.


장 실장은 자신의 저서를 통해 "한국에서는 임금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며 "임금과 고용의 불평등이 한국 불평등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면 불평등은 기업이 만들어 낸 결과이다. 성장의 성과는 기업, 정확하게는 대기업이 가져갔다"고 진단했다.


이어 "원천적 분배, 즉 임금과 고용의 불평등을 직접적으로 해소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대기업을 동반성장의 대상이라기보다 불평등 해소를 위한 규제대상으로 판단한 것으로 비쳐진다.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으로 강조하는 김 부총리와 대기업이 한국 불평등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장 실장 간의 충돌은 어쩌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흙수저' 김동연 vs '금수저' 장하성…아이러니한 주장

 소위 '흙수저' 출신인 김 부총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금수저'인 장 실장이 대기업 규제를 강조하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김 부총리는 소년가장으로 유년시절을 어렵게 보낸 '흙수저' 출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덕수상고를 졸업한 후 은행에 취업했다. 이후 야간 대학을 다니면서 행정고시(26회)와 입법고시(6회)에 패스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지난해 5월 발간한 저서 '있는 자리 흩트리기'를 통해 김 부총리는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동반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투자의 중점을 기존의 물적 자본이 아니라 인적·사회적 자본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장 실장은 구한말 전남 신안군 일대 염전과 논밭을 가진 만석꾼 부호 집안의 출신으로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 났다.


장 실장은 1990년부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자본주의의 대안을 모색해 왔다. 그는 '재벌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행동에 나섰다. 학계와 시민단체는 '재벌 개혁을 주창해 온 참여형 지식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출신이 다른 두 경제 수장이 문재인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을 실천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형국이었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이 의기투합하면 시너지효과가 극대화할 수 있겠지만 의견이 틀어지면 반목의 골이 깊어질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김동연 패싱론' 급부상…'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관건

 청와대 최저임금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고 있는 장 실장은 지난달 15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감소는 없었다고 밝혔다. '최조임금 인상' 효과를 부정하기가 어려운 자리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다음날인 16일 김 부총리는 국회에서 "개인 경험이나 직관으로 봐서 최저임금이 고용과 임금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면서 소득주도 성장의 아킬레스건인 '최저임금 인상'을 건드렸다.


김 부총리는 하루 만에 의견을 뒤집었다. 17일 경제관계장관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는 지금까지의 분석결과로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유의미한 수준이라고 나오지 않았다는 수준에서 말한 것"이라며 청와대와 의견을 달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 간의 의견충돌이 수그러들고 있었지만 지난달 29일 이후 '김동연 패싱론'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장하성 정책실장이 주도해 관련 부처 장관들과 함께 경제 전반에 걸쳐 회의를 계속 개최해 나가기로 했다"고 브리핑하면서 '경제 컨트롤타워'의 주도권 파문이 일었다.


결국 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면서도 "1분기 가구 소득이 감소한 것은 아픈 대목이다. 이를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라거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는 진단이 성급하게 내려지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경제 컨트롤타워 주도권을 놓고 김 부총리와 장 실장 간 힘겨루기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통계적으로 어떤 유의미한 수치가 나오느냐에 따라 '2차 충돌'이 발생할 지, 김 부총리가 계속 경제 컨트롤타워 주도권을 쥐게 될지 결론이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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