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다 털어가는 이커머스, '도 넘어선 개인정보 장사'

인터파크·11번가 등 할인쿠폰 제공 이벤트
개인정보 제공하고 할인쿠폰 받은 형식
유효기간 10여일·중복할인도 안돼
이벤트 참여하면 광고성 전화 시달려


[파이낸셜데일리=강철규 기자] 일부 이커머스 업체들의 할인쿠폰을 미끼로 한 개인정보 장사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각종 개인정보를 입력하게 한 뒤 할인쿠폰을 제공하는데, 이 할인쿠폰을 발급받은 소비자들은 해당 업체의 광고성 전화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이커머스 업체들은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형식의 시한부 할인권을 제공하고 있다. 인터파크와 11번가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들 업체의 할인쿠폰 제공 이벤트가 사실상 소비자 개인정보 장사에 가깝다는 점이다.


  인터파크의 경우 삼성화재 애니카 보험료 확인, DB다이렉트 자동차보험료 조회, 무료보험분석 신청자전원 대박쿠폰 등을 홈페이지 곳곳에서 제공하고 있다.


  이중 '자동차보험료 조회'를 누를 경우 상품소개를 위한 각종 동의가 필수적이다. 보험계약과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휴대폰 인증까지 받은 뒤 보험 조회를 마치면 13일 동안 유효한 쿠폰을 보내준다. 3만원 이상 구매할때 1만원짜리 할인권 사용이 가능하다.


  이런 방식의 쿠폰은 곳곳에 숨어있다. 구매하기 창에서 '6000원 할인가능'이라는 문구에 솔깃해서 이 버튼을 누른다면 끝도 없이 개인정보를 넣어야하고, 설문까지 참여를 해야한다.


  이 버튼을 누르면 주민등록번호와 휴대폰번호를 넣고, 간단한 설문조사 참여까지 이어진다. 업체가 요구하는 필수 동의에 체크를 해야 한다. 필수 동의항목에는 SK브로드밴드, 암보험 등 업체에 개인정보를 제공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설문까지 참여가 끝나면 1000원짜리 할인쿠폰을 제공한다.


  애초에 노출된 6000원 할인은 '낚시'에 가까운 셈이다. 더 많은 할인쿠폰을 받으려면 다시 보험사에서 진행하는 '다이어트 캠페인'에 참여해야 한다. 이 역시 이름, 거주지역, 휴대폰 번호, 이메일을 입력해야하고 설문까지 참여해야 1000원짜리 할인쿠폰을 준다. 이와 비슷한 이벤트에 6번을 참여해야 6000원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셈이다.


  게다가 '자동차보험료 조회' 쿠폰과 '6000원 할인' 쿠폰은 중복해서 사용할 수 없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 할인을 받아야 한다.


  11번가도 마찬가지다. 11번가 상품 구매 창에서 '5000원 장바구니쿠폰 5장 받기'를 누르면 삼성화재, KB손해보험, 롯데하우머치, DB손해보험, 메리츠 다이렉트, 현대해상 다이렉트 등의 보험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1만원 이상 구매 시 5000원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 창이 뜬다.


이 중 KB손해보험을 클릭하면 각종 보안프로그램 설치를 거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할 수 있는 KB손해보험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이 페이지에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휴대폰 번호를 입력한 뒤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면 각종 개인정보 활용 동의에 체크해야 하는 화면이 뜬다. 동의해야 할 내용은 개인식별정보(성명, 주민등록번호, 외국인등록번호, 주소, 직업, 전화번호, 전자우편주소) 및 보험계약정보, 보험지급 관련 정보(사고정보 포함), 피보험자의 질병 및 상해 관련 정보, 대중교통이용정보, 안전운전점수정보 등이다.


특히 동의해야 하는 부분 중에는 '선택동의'란도 있는데, 전화 동의 부분을 체크 해제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선택동의'라는 단어의 의미와 달리 꼭 선택해야 하는 '필수 동의'나 다름없는 셈이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휴대폰, 공인인증서, 신용카드 등을 통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친다. 14일간 유효한 5000원 짜리 쿠폰은 이같이 복잡한 과정을 거친 뒤에야 손에 넣을 수 있다.


  옥션도 이같은 할인권 제공을 메인화면에 띄우고 있다. 메인화면에 노출된 '할인쿠폰 받기' 누르면 보험회사 페이지로 연결된다. 예를들어 신한생명 페이지로 연결될 경우 신한생명보험을 포함해 모집위탁계약을 체결한 업체에 개인정보를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 상당히 광범위한 개인정보제공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옥션은 '본 이벤트는 옥션과 무관합니다'라는 메세지를 띄우고 있다.


  문제는 이런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들은 시도때도 없이 걸려오는 광고성 전화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보험회사, 이동통신회사 등에 개인정보를 넘기는 대가로 할인금액을 보전받거나, 광고비를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보험회사와 이동통신회사 입장에서는 넘겨받은 고객들의 정보를 활용해 열심히 영업을 벌이는게 이득이다.


이에 대해 11번가 관계자는 "본인의 개인정보 마케팅에 동의를 하면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지 않느냐"며 "동의없이 개인정보를 획득하는 게 가장 큰 문제지만 지금 방식은 문제가 있진 않다"고 밝혔다.


  인터파크 관계자도 "회사 입장에서는 별도의 마케팅 비용이 나가지 않아 계속 유지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한 뒤 "오히려 개인정보 관련 법이나 절차가 강화됐기 때문에 고객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을 피곤하게 하는 할인쿠폰의 문제점에 대해 업체들도 대부분 인식하고 있다"며 "점차 줄여나가는 중이기는 하지만 일선 실무 부서에서는 놓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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