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방역당국, 김포 'A형 구제역' 발병 경로 못밝혀내

농림축산검역본부, 구제역 역학조사위원회 개최결과 발표
"A형 구제역 발생국서 유입 추정…분뇨·도축차량 바이러스 옮겨"
"북한 구제역 정부 확인 불가능…공기전파 가능성 있지만 검토안해"
정부, 돼지 A형 백신 추가 등 이달중 방역개선방안 마련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올해 경기 김포에서 두 차례 발생한 돼지 'A형 구제역'의 발병 경로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A형 구제역이 빈번히 발생한 국가로부터 바이러스가 국내로 들어온 뒤 분뇨·도축 차량에 통해 전파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북한 유입설에 대한 검토는 전혀 이뤄지지 않아 북한에서 바람(황사)에 의해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신속한 차단 방역으로 A형 구제역의 피해를 최소화했다지만, 이번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는 축산차량을 제대로 소독하지 않은 채 농장에 멋대로 드나드는 '후진적 방역시스템'을 또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봐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그동안 돼지에는 접종하지 않았던 A형 백신을 추가하고 축산차량에 대한 차단방역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방역 개선방안'을 이달중 내놓기로 했다.


◇A형 구제역 국내 유입 경로 '오리무중'

농림축산검역본부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지난 7일 역학조사위원회 구제역분과위원회 개최결과를 발표했다.


역학조사위는 지난 3월27일 올해 첫 A형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김포 대곶면의 돼지 농장과 4월1일 확진받은 김포 하성면의 돼지 농장 간 바이러스 전파는 축산차량에 의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첫 발생 농장에 출입한 분뇨운반차량과 출하차량이 두번째 농장에 다녀간 역학관계가 확인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A형 구제역이 언제, 어떻게 국내로 유입됐는지에 대해서는 알아내지 못했다.


구제역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 결과 중국 돼지 분리주와 95.7%, 태국 소 분리주와 95.6%, 미얀마 소 분리3주와 95.6%, 러시아 소 분리주와 95.4%의 상동성을 각각 보였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특성상 유전자 변이가 심해 100% 일치하는 사례를 찾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동종 또는 이종에 있어 개체 간 DNA 또는 단백질 서열이 얼마나 비슷한지를 보여주는 '상동성'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고 유전자 특성과 백신 종류 등을 결정한다.


지난해 2월 연천에서 발생한 A형 구제역의 잔존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추정했다. 김포에서 발생한 구제역의 특정 유전자 부위에서 70개가 소실(deletion)되는 등 전체 유전자 분석결과에서 95.6%의 낮은 일치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통상 야외 활동시 1년에 1~2% 가량 유전자 변이가 발생한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4.4%의 변이가 일어났다는 것은 국내에 잔존한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는 게 농림축산검역본부 측 설명이다. 


정석찬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구제역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국가로부터 인적·물적 요인을 통해 국내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할 뿐, 특정한 국가와의 인과관계를 찾지는 못했다"며 "구제역 상재국가에서 유행하는 구제역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이 일부만 공개돼 있어 우리나라 분리주와 상동성 비교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이어 "우리나라에는 공·항만을 통해 유입되는 인구가 1년에 8000만명 가량 되는데다 외국인 근로자의 우편을 통한 불법축산물 (유입) 가능성이 항상 있기 때문에 철저히 검역하고 있고 보다 더 철저히 검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에서 바람(황사)에 의해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개연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이번 돼지 A형 구제역 발병 사례의 공통점은 북한과 가까운 접경지에 있는 농장이라는 것과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타 시·도나 경기남부에서는 돼지나 소 모두 A형 구제역이 발생한 적이 없다.


게다가 구제역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감염된 동물의 이동과 오염된 지역을 출입한 사람·차량 등에 의해 전파가 이뤄지지만, 공기를 통해 육지에서는 50㎞, 바다를 통해서는 250㎞ 이상까지 전파된 보고가 있다.


이에 대해 정 부장은 "공기 전파는 바람의 일정한 속도 등이 있을 때 가능한 걸로 알려져 있고, 과거 영국에서 도버해협을 통해 전염된 적이 있다"면서도 "북한에 대한 구제역 발생 정보는 세계동물보건기구(OIE) 등 어디에도 공개를 하지 않기에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고, 그 개연성은 먼저 북한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전제조건이 있을 때 검토해야 될 사항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모범 방역사례" 평가…이달중 방역개선책 마련

 구제역 바이러스 유형에는 O, A, Asia 1, C, SAT 1, SAT 2, SAT 3형 등 총 7가지가 있으며, 국내에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소 농장에서만 A형이 두 차례 발생했었다.


그간 돼지에서는 A형 구제역이 발생한 적이 없던데다 백신 부작용을 이유로 농장주들의 반발이 심하자 O형만 접종해왔다.


때문에 이번 김포 돼지 농장에서의 잇따른 A형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방역당국은 뒤늦게 전국 돼지를 대상으로 A형을 방어하는 '2가 백신(O+A형)' 긴급 접종에 나섰고, 5월 중순께 2차 접종을 모두 끝냈다.


통상 구제역 백신은 2차 접종까지 완료해야만 바이러스 방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2차 접종은 일반적으로 1차 접종 후 4주가 지난 시점부터 이뤄진다. 


정 부장은 "이번 구제역은 돼지에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던 A형이 발생해 전국 확산이 우려됐으나 관계부처, 지자체, 생산자단체 등이 협력해 최소한의 피해로 마무리한 방역의 모범사례로 역학조사위 측이 평가했다"며 "역학조사위 측 권고에 따라 6월중 방역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역학조사위원회는 상시 백신접종유형 이외 미접종 유형의 구제역 유입 대비에 철저할 것과 구제역 특별방역대책기간 중 축산차량에 대한 차단방역을 강화할 것 등을 권고했다.


특히 해외로부터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에 대비해 외국인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농장 종사자(가족 포함)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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