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外人, 韓증시 셀코리아 5일째 가속 '먹구름'

외국인, 코스피서 4거래일간 1.2조 순매도
원화 환산 손실로 차익 실현 이어질 수 있어
신흥국과 엮여 상승 모멘텀 강하지 않을 것
일각선 외국인 매도 절정 지나, 순매수 전환 전망

[파이낸셜데일리=송지수 기자] 미국과 유럽이 각각 금리 인상과 자산매입 프로그램 종료 등 잇따라 긴축 시그널을 보내며 국내 증시에서 5거래일째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로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미중 무역분쟁이 다시 불거지며 당분간 자금 유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외국인 매도가 절정을 지나고 있어 조만간 순매수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8일 한국거래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4거래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69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지난달 8일까지만 해도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으로 5174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으나 미국이 금리 인상이 확인된 지난 14일 4766억원을 매도했고, ECB 회의 후인 15일에는 5564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이날 오전 11시35분 현재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272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하며 5거래일째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코스피에서 652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지난 1월 1조9576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뒤 2월 1조5611억원 매도로 돌아섰다. 이후 3월 7409억원, 4월 1조375억원, 5월 8113억원으로 5개월째 순매도다.


최근 미국과 유럽이 잇따라 긴축 시그널을 보내며 달러 강세 흐름이 강해진 데다 신흥국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연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1.50~1.75%에서 1.75~2.0%로 인상했다. 지난 3월 0.25%포인트 인상한 것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인상이다. 특히 점도표에서 올해 기준금리 인상 횟수 전망을 3회에서 4회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QE) 프로그램 종료를 명문화했다. 오는 9월까지 월 300억유로 자산 매입을 유지하고, 10월부터 연말까지 월 150억유로로 자산 매입을 축소한 후 연말에 QE를 종료하겠다고 공표했다. 대신 성장세 둔화와 저물가 흐름에 따라 내년 중반까지 저금리 기조를 지속한다고 예고했다.


달러화 강세는 위험자산 기피를 가속화하며 신흥국 증시에서 자금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MSCI 신흥국지수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은 올해 고점 대비 12% 감소했다. 특히 브리질과 아르헨티나, 터키 등 주요 신흥국에서 최근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고 있으며, 국내 증시에서도 셀코리아가 이어지고 있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가치가 일주일 만에 연고점을 넘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연준이 예상보다 매파적인 입장과 ECB의 점진적인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가 맞물린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신흥국 통화 불안이 주식시장 리스크 요인으로 잠재해 있는 상황에서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는 코스피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원화 환산 손실에 따른 외국인들의 차익 실현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경험적으로도 원·달러 환율이 반등하는 국면에서 외국인의 차익실현이 일정기간 지속된 바 있다"고 밝혔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 역시 "글로벌 성장률 고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통화정책에 대한 민감도도 높아졌다"며 "특히 달러 강세에 대한 부담도 신흥국 포지션에 있다 보니까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경기가 소비에서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사이클로 돌아가면서 금리 인상 이상의 성장률이 나온다는 확신이 있기 전까지는 신흥국과 엮여서 위쪽으로 모멘텀이 강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용지표 쇼크 등 경기 현황 등도 투자 사이클에서 부정적으로 전망하게 하는 요인이다. 강한 상승 동인을 찾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재점화되며 안전자산 선호를 강화하며 외국인 자금 유출을 부추기고 있다. 미 백악관은 중국산 주요 기술제품 등 500억 달러 상당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역시 동일한 규모로 대응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밤 사이 달러화는 미국 경제지표가 혼재된 가운데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 분쟁 우려가 다시 확대되며 소폭 하락했다"며 "미중 무역분쟁 이슈로 위험회피 성향이 강화된 만큼 원·달러 환율에는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파른 원화 약세로 코스피 기대 수익률은 높아졌다느 점에서 외국인 매도가 절정을 지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을 상향 돌파한 것은 외국인 입장에서 실제 수익률에는 부정적 영향이지만 향후 코스피 기대 수익률 측면에서는 상승 여력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며 "환율 상승이 외국인 수급 및 국내 기업 펀더멘탈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달러 환산 코스피는 1월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지난 2월9일 2363포인트까지 하락했을 때 이후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한 적은 처음"이라며 "당시에는 저점 확인 후 한 달 반 동안 외국인 누적 순매수를 유지했다. 이번에도 외국인 매수 전환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올해 점도표가 5번 인상으로 상향 조정되지 않는다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점도표 상향 조정으로 인한 달러 강세도 누그러질 가능성이 있다"며 "가파른 원화 약세로 국내 증시 외국인 체감지수는 연중 최저 수준에 근접해 있다. 외국인 매도가 절정을 지나고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시각이 차가워진 본질적인 이유 중 하나가 이익 추정치 상향 조정에 대한 신뢰 약화 때문"이라며 "원화 약세 속도가 진정되면 높아진 원달러 환율 수준으로 인해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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