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차량공유, 韓에서만 이익 집단에 '두 손'

대표 카풀앱 '풀러스'…경영난에 대표사임·구조조정
럭시는 카카오 모빌리티가 인수…택시업계 반발로 대기업도 '두손두발'


[파이낸셜데일리=강철규 기자] 전 세계적으로 '차량공유'가 대세로 자리잡았지만 국내에서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신규 산업 진출을 옥죄는 규제와 업계 반발이 거센 탓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풀(차량 공유) 스타트업 풀러스가 경영난으로 인해 구조조정에 돌입할 예정이다.


김태호 대표 역시 지난 7일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김 대표는 풀러스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이다.


이 같은 결정은 경영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사업을 시작한 풀러스는 1년 만에 회원수 75만명, 누적 이용건수 370만건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지난해에는 네이버와 SK 등으로부터 220억여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각종 규제와 택시 업계의 반발 등으로 차량 공유 서비스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풀러스는 기존에 출근시간인 오전 5시부터 11시까지, 퇴근시간인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운영하다 운영 시간을 24시간으로 확대하는 '출퇴근시간 선택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풀러스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풀러스는 출퇴근 시간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유연근무제 등의 확대로 기존 출퇴근 시간 개념에도 변화가 왔다고 주장했지만 서울시는 정부 허가 운수사업자 외에는 유상운송이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다른 카풀앱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3대 카풀앱 중 하나였던 티티카카는 출퇴근 시간에만 승객을 태울 수 있다는 법해석에 가로막혀 지난해 아예 서비스를 중단했다. 돈을 받고 승객을 태운 차주 일부가 출퇴근 시간 외에도 승객을 태워줬다는 혐의로 기소돼 홍역을 치렀던 럭시는 아예 카카오 모비리티에 인수됐다.


버스 공유 서비스를 야심차게 시작했던 스타트업 콜버스도 아예 노선을 바꿔 전세버스 예약 서비스 업체로 탈바꿈했다.


규제도 문제지만 업계 반발도 장애물이다. 특히 차량공유 서비스에 대한 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이용 비용이 택시요금의 절반에 불과한 차량공유 서비스가 확대되면 승객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전국택시연합회,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등 택시 업계에서는 아예 국회에서 카풀앱 논의를 위해 마련한 토론회 개최조차 막았다.


이 같은 택시업계 반발에 대기업들조차 두 손을 들었다. 지난해 카셰어링 시장에 뛰어들었던 현대자동차는 럭시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카셰어링 사업에서 손을 뗐다.


현대차는 당초 럭시 투자를 통해 신사업동력으로 꼽히는 차량 공유 서비스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대차의 계획에 대한 택시 업계 반발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인 우버마저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2년 만에 사실상 사업을 접기로 결정한 건 유명한 사례다.


업체들이 규제와 반발로 이중고를 겪고 있지만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카풀앱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관련 논의를 시작조차 못했다.


한 차량공유 스타트업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서비스 규제로 인해 새로운 걸 시도하는 데 있어서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고 서비스 확대에도 어려움을 겪었다"며 "시장상황도 나빠지고 규제 부분 때문에 사업이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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