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원화 약세…증시, 상승동력 이끌까?

원화 약세, 수출 개선에 긍정적…종국엔 국내 증시에 호재
"수출 증가세 견조…강달러, 2분기 실적 상향 조정에 기여"
"외국인, 원·달러 1050~1300원 사이에 있을 때 매수 우위"


[파이낸셜데일리=송지수 기자] 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던 '강달러' 현상이 일주일째 지속되고 있다. 2분기 부진한 실적이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원화 약세가 수출 개선을 이끌어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17.2원)보다 2.4원 내린 1114.8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은 미·중 무역 전쟁 우려에 따른 안전 자산 선호 심리 강화로 지난 18일 7개월 만에 1100원대를 돌파한 이후 7거래일 연속 1100원대를 유지 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 기준 1117.2원을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달성했으나 이날 소폭 하락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단기간 급등함에 따라 추가 상승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강달러' 현상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 정책 연장 등 주요 선진국 통화정책의 여파로 3분기 중반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G2 무역 전쟁의 장기화로 신흥국 통화 약세가 단기적으로 진정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원화 약세가 올해 2분기 실적 상향 조정에 기여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수출 의존적 기업들이 다수인 한국 시장에서 원화 가치 하락은 수출 개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연초 대비 4.3% 하향 조정됐다. 미국발 불확실성에 더해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한 결과다. 올해 2분기 코스피 영업이익은 52조원, 순이익은 37조원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삼성전자를 필두로 실적이 부진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2011년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2015~2016년 글로벌 공급 과잉 및 중국 금융시장 불안 등과 같은 경기 침체 위험이 고조되면서 원화가 약세를 보였던 경우를 제외하면 원화 약세는 시차를 두고 실적 전망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글로벌 경기가 여전히 호조를 띠는 데다 한국의 월별 수출금액도 과거 레벨 상단을 뛰어넘은 500억 달러를 유지 중이어서 최근 원화 약세는 실적 전망 상향 조정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했다.


박상현 리딩투자증권 수석연구원도 "현재의 원·달러 환율 수준은 점차 국내 기업과 수출에 우호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환율이 1100원 수준으로 오르면서 원화 환산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 증가율에서 벗어나거나 마이너스 증가율이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미·중 무역 갈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교역 선행지수가 소폭 반등하는 등 글로벌 교역 여건은 약화하지 않고 있다"며 "환율 상승이 국내 수출 및 제조업 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줄 공산이 높아졌다"고 예측했다.


케이프투자증권에 따르면 4월 수출액은 전년 대비 1.5% 줄었으나 5월엔 13.2%로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이상 활황을 보이고 있는 반도체와 이상 불황을 보이고 있는 선박을 제외하면 4월과 5월 모두 5.3%, 12.1% 증가했다.


윤영교 연구원은 "수출 증가세가 견조한 것에 비해 2분기 실적 추정치는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잡혀 있다"며 "국내 수출 흐름을 고려할 때 2~3분기 실적 시즌으로 갈수록 국내 상장사 이익 추세에 대한 신뢰는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선에 머무를 경우 외국인 매도 규모가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3468억원을 내던지며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외국인은 원·달러 환율이 1050~1300원 사이에 있을 때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


오태동 부장은 "환율 1100원 선에선 수출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고 달러 강세 진정 시 환차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 매도가 줄고 매수가 나올 수 있다"며 "오는 8월31일 예정된 중국 A주 대형주 235개 종목의 MSCI 신흥국 지수 2차 편입 이후 단기 매수 우위 환경을 예상한다"고 했다.


다만 G2 무역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음에 따라 원화 가치 하락이 증시 반등을 이끌 동력으로 작용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중 갈등은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국가의 관세 보복을 불러 일으키면서 점차 확대되는 모양새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가 국내 수출기업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것은 사실이나 미·중 무역 분쟁의 파급효과가 실물 경기로 전이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긴 어렵다"며 "트럼프 보호 무역 정책이 현실화함에 따라 글로벌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게 됐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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