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강철규 기자] 지난달 22일 보유세 개편 권고안 발표를 전후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되려 커지고 있지만, 이러한 '이상 현상'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나왔다.

  이태경 헨리조지포럼 사무처장은 1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부동산 시장에 우호적 지표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그런데도 (아파트 매매가가) 움직이고 있다면 재정개혁특위의 (보유세제) 개악이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경 사무처장은 “보유세 개편안은 차라리 발표를 하지 않느니만 못했다”면서 “이게 아무것도 아니구나. (다주택자들이) 문정부 의지를 저평가했고, 그래서 (매매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태경 사무처장은 이러한 아파트값 상승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 사무처장은 “글로벌 경기도 꺾이는 느낌이고, 양적완화도 종료되는 시점”이라며 “기준금리를 한은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주택담보 대출 금리는 이미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만 올라가면 이상한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서울 집값이 보유세 개편 강도에 따라 '일희일비' 할 수 있겠지만,  결국 ‘한국경제’라는 소규모 개방경제의 진로를 제약하는 대외 악재에 초연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 미중 무역전쟁의 파고, 유럽연합의 양적완화 축소,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 거시경제의 악재를 떨쳐내고, 상승세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소속 건설부동산 애널리스트도 "보유세는 (부동산) 보유 부담을 늘려 당연히 (시장에 주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반짝 상승세를 보여도) 추세적으로 시장이 안 좋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폭을 키우고 있지만, 결국 조정 국면에 들어가지 않겠느냐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광수 애널리스트는 “지표를 보더라도 강남의 경우 마이너스 폭은 줄었지만 (매매값이) 계속 빠지고 있다”면서 “강북이 올라도 그 비교기준은 강남이다. 강남이 올랐으니 우리도 올라야 한다는 것인데, 강남이 하락하면 결국 그것(강북의 오름세)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남 집값이 빠지는 상황에서 강북이 나홀로 오름세를 유지하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겠냐는 뜻이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재정개혁특위의 보유세 개편권고안 발표를 전후해 서울 집값 상승폭이 되려 커진 데 대해  “(주택) 소비자들은 정부 정책이 발표됐다고 해서 바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이  발표된 뒤 그 효과를 보이기까지는 시차가 있기 마련이고, 보유세 개편 시나리오 1~4안이 발표된 이번에도 그 사정은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양소장은 특히 “정부가 더 센 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면서 “원래는 (4가지 권고안중) 첫 번째 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았다고 본다. 하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3번이 더 유력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유세는 그 자체가 부담이 된다. 더욱이 지금은 시장 리스크가 많은 상황이다. 보유세만 놓고 판단할 것은 아닌 듯 하다”고 말했다.

  양 소장의 이러한 언급은 보유세 권고안을 시장이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에 비춰볼 떄 그 파장 또한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칠 가능성은 적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입주 물량 증가 등 수급 요인 외에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 미중간 무역전쟁 가능성 등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도 서울 아파트 값이 보유세 개편 권고안 발표를 전후해 상승폭을 더 키운 배경에 대해 “일시적 현상일 것 같다”고 진단했다. 권 팀장은“아직은 (보유세 개편) 시나리오만 나온 데다, 인상폭 자체도 생각보다는 많이 높지 않았다”면서도 이같이 진단했다.

권 팀장은  “중개업소에서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주간단위로 (매매가에 일시적인) 오차가 생길 수 있다”면서 통계적 착시일 가능성도 지적했다.  그는 다만 보유세 개편을 앞두고 강북 아파트값 상승폭이 커진 것에 대해서는 “보유세 강화로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은 강남”이라며 “비강남에서는 (상승률) 간격 메우기가 가능하다고 소비자들이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