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아시아나 항공, 승객은 뒷전 회장님만 소중해?

승객은 노밀…회장님은 핫밀·정시운항
기내식 담당자 승진·회장딸 상무입사


[파이낸셜데일리=강철규 기자] 초유의 기내식 대란이 일어난 아시아나 항공이 승객들의 불편과 협력사 대표의 자살에도 불구하고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승객들이 기내식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거리 출장길에 오른 박삼구 회장은 따뜻한 기내식을 받았고, 이 와중에 기내식 책임자를 상무로 영전시키는 승진잔치까지 벌여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은 지난 1일 자사 항공기를 이용해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했다. 이 항공기는 따뜻한 기내식(핫밀)이 실린 상태로 지연없이 정시 출발했다.


지난 1일은 기내식 대란이 벌어진 첫날이다. 30편 이상의 항공편이 기내식이 전혀 실리지 않은 '노밀(no meal)' 상태였고, 51편은 기내식 공급을 기다리다 출발이 지연됐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이 고객들에게는 기내식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박삼구 회장에게는 '핫밀'을 제공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나 측은 박 회장이 탄 비행기가 이른 시간에 출발했고, 그 시간대에 출발한 항공기들은 모두 기내식을 실은 채로 출발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승객들은 박 회장이 탑승했기 때문에 기내식을 모두 실은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 측은 지난 1일 기내식 공급업체 변경을 앞두고 승무원들에게 단체 카카오톡을 통해 '노밀' 사태에 대응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대란이 이어지자 지난 3일 김수천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사과문 발표가 무색하게 기내식 담당자가 상무로 승진된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이 악화됐다.


이번 임원 인사에는 박삼구 회장의 장녀 세진씨도 포함됐다. 박 상무는 지난 1일 단행한 임원인사를 통해 금호리조트 경영관리 담당 임원으로 신규 선임됐다. 박 상무는 이번에 상무로 선임되기 전까지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근무한 적이 없는 것은 물론 경영 경험이 없는 전업주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 측은 "승진은 여러 측면을 고려한 것이고,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결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내식 대란이 벌어진 와중에 승진 잔치가 벌어진 것에 대해 아시아나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전체 항공 80편 중 51편이 1시간 이상 지연 출발했고, 36편은 기내식 없이 출발했다. 2일 역시 75편 중 18편이 1시간 이상 지연됐고, 16편은 기내식 없이 출발했다. 3일에도 기내식 부족과 지연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는 지난 15년 동안 기내식을 공급해온 독일 루프트한자 스카이세프그룹(LSG)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하반기부터 '게이트 고메 코리아'와 기내식 공급계약을 맺었다. 게이트 고메 코리아는 아시아나가 중국 하이난그룹 계열 게이트고메스위스와 4대 6의 비율로 설립한 회사다.


하지만 지난 3월 게이트 고메 코리아의 기내식 생산공장에 불이 나며 문제가 발생했다. 게이트 고메 코리아는 7월1일부터 아시아나에 기내식을 공급하려던 계획을 3개월 미뤘고, 아시아나는 7월1일부터 9월30일까지 '샤프도앤코'로부터 기내식을 공급받기로 했다.


샤프도앤코는 게이트 고메 코리아의 협력사이자 외국계항공사에 기내식을 공급해오던 소규모 업체로, 기내식 주문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기내식 대란의 원인이 됐다. 이런 와중에 지난 2일에는 샤프도앤코의 협력사 중 한 곳의 대표인 A씨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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