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韓 산업계, 美中 무역분쟁 "사태 장기화 대비해야"


[파이낸셜데일리=강철규 기자] 우리 산업계가 미중 통상분쟁이 격화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오는 6일(현지시간)부터 340억달러(약 38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 818개 품목에 25% 관세를, 추후 160억 달러의 284개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도 해당 조치가 실행될 경우 같은 수준의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반격에 나서며 본격 G2 무역전쟁의 서막을 예고했다.


우리나라 수출은 중국 의존도가 높고 자본재와 중간재 수출이 많아 미국의 대중 제재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국의 대중 중간재 수출에서 미국이 최종 귀착지인 비중은 5%에 불과하지만 생산공정이 복잡한 산업의 경우 최종 소비재 확인이 어려워 직간접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


이는 결국 내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투자·생산·고용 등 실물경기 지표가 최악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수출에도 암운이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 통상분쟁은 대미 수출비중이 높은 자동차, 철강뿐 아니라 반도체 등 우리나라 주력산업에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한국 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사실상 美 수출 불가능"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157억달러,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40억달러로 각각 미국시장 5위와 6위를 차지했다. 관세조치가 이뤄지면 수출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기업의 생산기지 미국 이전 등이 이뤄져 국내 자동차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자동차 1, 2위 시장인 미국과 중국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에서 한국 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면 사실상 수출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완성차업체가 영향을 받겠지만 올해 하반기 쏘울 풀체인지 모델을 생산할 예정인 기아차 광주공장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쏘울은 국내 판매가 부진하지만 미국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차종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사드 후폭풍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타격을 입은 중국시장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향후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 업체들은 대부분 중국기업과의 합작공장을 만들어 현지생산을 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 인하로 인한 혜택이 없고, 경쟁차들의 가격 인하 등이 예상되는 만큼 경쟁 압박이 커졌다"고 말했다.


◇물량 막힌 철강업계, 환율에도 '촉각'
  철강업계에서도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불똥이 어떻게 튈지 계속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번 관세는 면제됐지만 당장 쿼터 제한이 생겨서 미국에 들어가는 물량이 막혀 있고 중국으로도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또 미국에 들어가는 철강 물량이 막히다보니 다른 국가에서 경쟁이 격화되면서 맞붙게 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재료를 수입해야하는 입장이다 보니 미중 무역분쟁으로 전 세계가 보호무역주의로 진행됨에 따라 요동치는 환율도 환율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철강업계의 경우, 원화가치가 10% 상승하면 수출 품목의 가격이 1.9%포인트 상승하는 등 수출경쟁력이 하락하는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또 이 같은 문제가 개별 기업이 대응할 사안이 아니라 철강협회 차원에서의 대책이 필요한데 회장 교체 등 어수선한 분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수출 버팀목 반도체 산업도 불확실성 증대

 이번 미중 무역분쟁의 촉발 배경이 '반도체 굴기'를 앞세운 중국 정부차원의 첨단산업 육성을 저지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결국 미중 무역전쟁은 '첨단산업 패권'을 둘러싼 양보할 수 없는 경쟁이라는 시각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은 중국 정부의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 정책 포기와 광범위한 지적 재산권 인정 여부"라며 "산업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첨단산업의 한 축이 되기를 원하는 중국의 국익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문제이므로 단기간 내 쉬운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세 문제와는 별개로 반도체 분야의 특허관련 전쟁도 복마전이다.


지난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중국 푸젠(福建)성 중급인민법원은 마이크론의 D램과 낸드 제품 26개의 중국 내 판매를 잠정적으로 금지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의 심화가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으로 불똥이 튀고 이는 나아가 글로벌 반도체 산업 전체 판도에 파장을 미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로 인한 반사이익도 기대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기업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등 불확실성은 증대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서도 가격담합 등의 이슈로 조사가 중이라는 점에서 경쟁사의 악재는 남의 일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치 틈바구니 속에 우리 기업들도 끼어있다. 우리 기업이 미중 무역분쟁의 이해득실을 따질 처지는 아니다"면서 "단기적 수요확대 등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향후 미칠수도 있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분쟁 장기화 가능성...거시적이고 장기적 대책 마련해야"

통상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갈등이 우리나라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면서 대비책 마련을 주문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 부장은 지난 4일 무역협회 세미나에서 "우리 수출은 중국 의존도가 높고 자본재와 중간재 수출이 많아 미국의 대중 제재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제재 영향을 받지 않는 최종 소비재를 중심으로 수요 기반을 확대하고 중국 내수기업들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등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혜민 김앤장 고문은 “미국 중간선거가 미중 통상분쟁뿐만 아니라 전 세계 통상정책을 가늠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중국은 단기적으로는 미국과의 극단적인 대립을 피하려고 할 것이나 4차 산업혁명시대의 디지털 이코노미 패권을 잡으려는 양국의 분쟁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천일 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한국의 대중 중간재 수출에서 미국이 최종 귀착지인 비중은 5%에 불과하지만, 생산공정이 복잡한 산업의 경우 최종 소비자 확인이 어려워 직간접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면서 "미중 통상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긴 호흡으로 경쟁력 제고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진현 무역협회 부회장은 "분쟁이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 만큼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대응전략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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