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사도 성차별" 두달째 거리로 쏟아진 여성 물결…확대일로

5월 말부터 집회·시위 지속…어제는 6만명 운집
"분노한 여성, 모든 남성 중심적 권력에 맞서자"
남성 측 "수사·재판서 오히려 우리가 차별 당해"
"무고죄 특별법 제정…성폭력 수사매뉴얼 폐지"
수사·재판 둘러싼 성별 고정관념 해소 쉽지 않아


[파이낸셜데일리=김정호 기자] 홍대 몰카 사건에서 촉발된 남녀 갈등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상당수 여성은 수사 속도와 구속 여부, 재판 결과 등에서 성차별이 일어나고 있다며 거리로 나섰고 동조하는 수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남성들 사이에서 일부는 수사에서의 '역차별' 우려를 제기하거나, 남성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어져가는 모습이다.


  ◇"편파 수사 중단하라"…또 거리로 나선 대규모 여성 군중

 지난 7일 '불편한 용기'는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불법 촬영 편파수사 3차 시위'를 열었다. 주최 측은 참석자가 6만명(경찰 추산 1만9000여명)에 이른다고 주장하면서 "성차별적인 편파 수사에 분노한 여성들이 모든 남성 중심적 권력에 맞서고자 한다"라고 선언했다.


  참석자들은 수사기관 고위급 남녀 비율을 5대 5로, 남녀 경찰 비율을 9대 1로 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성폭력처벌법을 개정해 처벌의 기준을 '불쾌감 유발'로 변경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전개했다.


  논란의 시작은 홍익대 회화 수업에서 촬영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이 유포된 사건이었다.


  앞서 서울 마포경찰서는 여성 모델 안모(25)씨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카메라 등 이용촬영)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5월12일 구속시켰는데, 이에 대해 일부 여성이 수사 당국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위가 시작됐다.


  먼저 일부 여성은 인터넷 카페 '불법 촬영 성 편파수사 규탄 시위'를 개설하고 5월19일 종로구 혜화역 주변에서 시위를 벌였다. 당시 시위에는 1만2000여명이 모여 "수사 당국이 불법촬영 사건을 다루면서 성차별 수사를 한다"고 외쳤다.


  이 집단은 지난달 9일 이름을 '불편한 용기'로 바꾸고 약 3만명 규모의 2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범죄수사와 구형과 양형에까지도 성차별이 만연한 한국에서 공권력이 수호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이 아닌 남성의 안전"이라고 주장했다.


  인터넷 카페 '강남·홍대 성별에 따른 차별수사 검경규탄시위'도 5월26일 오후 중구 청계천한빛광장에서 300여명 규모의 시위를 벌였다.


  규탄 시위에 참여한 이모(27·여)씨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성폭력 범죄는 신고율과 처벌율이 낮다고 생각한다. 처벌이 안 되니 죄가 없다고 나오고 그러니 상대가 무고죄라고 주장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성학 교수는 "우리 사회를 달궜던 미투 운동에 대해 검찰과 경찰의 수사 의지가 과연 있는지에 의문이 든다. 기본적으로 수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가해자들이 외려 무고죄로 상대방을 걸고넘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차별 받는다" 불합리 주장하는 남성들

 반대로 남성들 사이에서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의 '역차별' 주장이 나온다. 의도적이거나 오해에서 비롯된 신고·고소도 다수 있는데, 무조건적으로 대상 남성을 성범죄자로 상정하고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항의다.


  아울러 여성 관련 범죄의 경우에는 피해자 중심 증거가 대부분이라 남성 측 무죄를 입증하기가 어려울 뿐더러, 설령 무혐의로 결론이 나더라도 이미 피해가 너무 커 제대로 보상받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일례로 지난 5월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무고죄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라는 글에는 지난달 25일 마감 때까지 24만618명이 동의했다.


  해당 청원은 "죄 없는 남성이 고소당해 억울하게 유죄판결이 날 경우 5~10년의 실형을 선고받는다. 하지만 무고죄로 고소당한 여성은 그저 집행유예가 나올 뿐이다. 민사상으로는 허위 고소로 인한 피해 전액을 배상하도록, 형사상으로는 무고죄의 형량을 살인죄, 강간죄의 수준으로 증가시켜주시길 부탁드린다"라는 내용이다.


  일부 남성들은 성차별적인 수사 지침을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놨다. 법무부는 최근 '성폭력 수사매뉴얼'을 개정하면서 범죄 피해자가 무고로 고소되면 성폭력 사건 수사가 끝날 때까지 무고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해당 매뉴얼은 성범죄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우려해 신고하기를 주저하게 되는 상황을 방지할 목적으로 제시된 일종의 보호 장치다. 하지만 여성 보호에 중점을 둬 상대적으로 남성에 대한 차별 가능성이 있다고 이들은 보고 있다.


  일례로 유튜버 양예원(24)씨의 폭로로 촉발된 노출 촬영회 사건의 피의자인 스튜디오 실장 정모(42)씨는 해당 수사 매뉴얼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 매뉴얼이 차별적이라는 취지의 민원도 지난달 1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됐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있는 "대검찰청의 불법적인 성폭력 수사메뉴얼 중단을 요청합니다"라는 글에는 지난달 27일 마감 때까지 21만7143명의 동의가 붙었다.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성역할에 대한 반발…이중성 비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수사나 재판에서까지 성차별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현상이,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성역할에 대한 반발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가 있다.


수사·재판을 둘러싼 남녀 주장을 들여다보면 '성 관련 문제에서 가해자는 남성, 피해자는 여성'으로 상정하는 인식과 이에 대한 불쾌감이 혼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피의자가 여성인 사건에서만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여성 시위 측 주장에는, 피해자는 기본적으로 여성이라고 보는 관점이 공고화해있다.


  아울러 성 역할에 따라 수사나 재판 결과가 달라진다는 생각이 전파되고, 이로 인해 본인이 소속된 성별이나 계층이 불이익을 받는다고 알려지면서 동조 물결이 확산되고 있다고 본다.


  반대로 남성은 일단 성 관련 문제가 제기되면 집단 전체가 가해자로 지목되는 상황에 차별을 느껴 반대 목소리를 제기, 간극이 점차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수사나 재판 등에서도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작용한다고 보고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며 "실증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우리나라의 사법 구조에서도 가부장적인 부분이 있었을 수 있다. 수사와 기소, 재판에 이르기까지 특정한 성역할을 기대하는 관념이 깔려있었을 수 있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