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길어지는 증시 '보릿고개'...거래대금↓대기자금↑

7월 월 평균 거래대금 8조9267억.. 6월보다 3.5조 감소
올해 1월 15조8106억원과 비교하면 43.5% 줄어
투자자 예탁금, 16일 25.4조로 올해 최저 수준
증시 대기자금인 MMF는 16일 129조로 최고치


[파이낸셜데일리=송지수 기자] 증시가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다. 거래대금은 연초 대비 반토막이 났고, 투자자 예탁금도 연중 최저치를 찍었다. 반면 대기자금 성격인 머니마켓펀드(MMF)는 올 들어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확산에다 달러 강세 영향 때문이다. 증시는 상반기 고점을 찍은 후 하락, 바닥권에서 횡보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또다시 중국에 관세 부과를 시사하는 등 무역분쟁 불안감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며 당분간 투자 심리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거래대금 부진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초부터 지난 20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한 월 평균 거래대금은 8조92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6월 12조4457억원보다 3조5191억원 감소한 규모다. 특히 올해 1월 15조8106억원과 비교하면 43.5% 감소하며 사실상 반토막이 났다.


시장별로 코스피보다 코스닥시장의 거래 위축이 두드러졌다.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올해 1월 7조1426억원에서 7월 5조5222억원으로 1조6204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거래대금은 8조6681억원에서 3조4044억원으로 5조2647억원 감소하며 60%나 쪼그라들었다.


올해 1월 증시 거래대금은 코스닥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과 반도체 호황, 바이오주 상승세 등에 힘입어 월 평균 15조8106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2월 미국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확산되며 2조원 가까이 줄었다가 3월부터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한반도 평화 모드 조성과 남북 경협 협력 기대감에 14조원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6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으로 전선이 확장되고, 달러 강세가 심화됐다. 이로 인해 거래대금은 10조원 아래로 주저앉았다. 올해 1월29일 2598.19까지 치솟았더 코스피는 지난 5일 2257.55까지 하락한 후 2280선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올해 927.05(1월29일)까지 치솟았던 코스닥지수도 지난 2일 789.82까지 내려앉았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체적으로 글로벌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지난 2월부터 위험자산에서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며 "위험자산에 대한 신규 자금 유입이 지지부진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국내 기관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빈자리를 받아낼 정도의 의지가 있다며 될 텐데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국내 주식주식 투자비중을 늘리지 않고 있어서 국내외 기관 투자자의 수요가 많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며 "2월 이후 계속 터졌던 무역 분쟁이나 변동성 발작 등으로 개인 투자자의 수요마저 위축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실제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2332억원어치를 사들였던 개인은 7월 들어 8907억원 사들이는 등 매수 강도가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기관은 올해 상반기 4조1079억원어치를 팔아치운 데 이어 7월에도 9591억원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2월부터 5개월 연속 매도세를 보였으나 7월 들어 1088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거래가 위축되며 증시 주변자금도 쪼그라들었다.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6일 25조4286억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1월 31조7864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6조 가량 줄어든 수치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구매하는데 사용하기 위해 증권사 거래계좌에 일시적으로 맡겨 놓은 돈이다.


이에 반해 '대기 자금' 성격인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원본액은 지난 16일 129조1534억원으로 올해 최고치로 솟아올랐다. 이후 19일에도 129조1368억원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MMF는 대표적인 단기 부동자금으로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상품이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MMF에 머물고 있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중순 이후 반등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현재까지 현재까지 국내 증시는 조정 국면에서 벗어나질 못했다"며 "무역분쟁, 연준의 정책 불확실성, 환율 레벨 부담 등 대내외 악재가 수시로 주요국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시킨 무역분쟁이 이제는 실물 경기로 관세 보복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일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부과를 2017년 연간 대중 수입금액과 동일한 수준인 5000억 달러 규모까지 확대할 의지를 피력했다. 구글에 대한 50억 달러 과징금 부과 속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 갈등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무역 분쟁 우려로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위원화가 약세를 보이며 원화 약세를 부채질했다. 이는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투자자들이 저점 매수 추천에도 좀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다. 


증권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어 11월까지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무역 분쟁이 해소될 경우에는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점 매수 전략도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지영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 참여자들은 올해 초부터 계속된 무역분쟁 이슈에 적응하며 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국내는 원·달러 환율 상승 부담감이 외국인 수급 여건 악화를 초래하며 국내 증시에 추가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금과 보유주식을 끌어안고 있는 이들을 뒤흔들 만한 트리거가 부재한 상황에서 시장 펀더멘탈 바닥 논리는 소귀에 경 읽기와 다를 바 없다"며 "거래대금 방향 선회의 선결 과제는 국내 증시를 향한 외국인의 시각 선회 여부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 단기 내 신흥국 투심 회복과 외국인 선물 매수의 추세화 여지는 미미하다"고 밝혔다.


한편 유승민 팀장은 "위험자산 선호 측면에서 보면 부정적이지만 중국의 경우 금융시장 위험 조정을 위해 재정 확대 등 정책 변화가 예상된다"며 "무역분쟁은 결국 중국이 양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하반기 거래대금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여전히 한국시장은 역사적으로 싸기 때문에 저점 매수 전략이 맞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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