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고금리 저축은행들, 왜 은행과 비교해?

업계 "고금리 대출? 최고금리 인하 이후 신규취급액을 봐달라"
당국 "기존 대출 금리도 낮출 여지 있어…금리인하요구권 안내에 소극적"



[파이낸셜데일리=송지수 기자] 고금리 실태를 적나라하게 공개한 금융당국 때문에 저축은행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저축은행들은 애초에 은행권과 비교해 수익구조나 차주들의 상황이 다른데도 당국이 무조건 몰아세운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가계신용대출 차주의 78%가 연 20%가 넘는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예대금리차도 8.3%로 은행권(2.1%)의 4배에 달하며 이를 바탕으로 저축은행은 막대한 수익을 기록했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저축은행들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역시 은행권보다 4배 높았다.


그간 저축은행들은 신용프리미엄을 감안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차주의 신용도가 1금융권에 비해 낮기 때문에 대출금리 원가 자체가 은행과 다르다는 거였다. 그러나 이번 금감원 발표에선 대손비용을 감안한 NIM도 은행권의 2~3배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나 저축은행들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다만 저축은행들은 금감원이 집계한 통계 대상 시기가 불만이다. 지난 2월8일 법정최고금리가 인하됐는데, 그 이전 기간까지 집계 대상으로 포함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높게 나올 수밖에 없지 않느냔 항변이다. 또 최고금리 인하 이후 신규 취급 대출액을 기준으로 집계하면 전혀 다른 수치가 나온다고도 주장한다.


실제로 최고금리 인하 이후인 지난 5월중 신규 취급한 가계신용대출에서 고금리대출 비중은 51.9%로 지난해말 대비 15.7%p나 감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당국의 주문대로 중금리 대출을 늘리고 신용대출 금리도 점진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도 있지 않느냐"며 "최고금리 인하 전 기존 대출까지 포함시켜 나래비를 세우는 것은 '통계의 함정'"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금감원의 시각은 잔액 기준 대출금리도 더 떨어뜨릴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금리인하요구권 등을 통해 최고금리 인하 이전 대출에 대해서도 충분히 금리를 낮춰줄 수 있는데 이 부분에서 저축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저축은행들은 금감원이 발표한 수익성 지표에도 할 말이 있다. 금감원이 대손 비용까지 감안된 지표까지 공개했지만 거기서도 3% 가량의 대출모집인 수수료 등 저축은행 특성상 들어가는 영업비를 제외하면 실제 수익률은 그리 과도한 수준이 아니란 주장이다. 저축은행은 은행과 달리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한 대출이 적다. 대부분 모집인을 통해 이뤄지는 구조다. 이같은 점은 무시되고 은행권과 단순하게 비교, 순위가 높은 저축은행들은 '나쁜 곳'으로 보이게끔 만들어 놨다는 것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차라리 당국이 원가구조를 다 공개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라며 "아예 적정 금리 수준도 당국에서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해달라고 하고 싶다"고 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 저축은행의 특수한 구조를 고려하더라도 현재의 수익성 지표 수준은 '도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특히 고금리 대출 잔액 상위 3곳인 OK, SBI, 웰컴 등 대형 저축은행의 지표를 눈여겨 보고 있다. 이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는 각각 15.8%, 27.6%, 33.3%다. 은행권 평균인 9.6%에 비해 많게는 3배가 넘는 수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대형 저축은행들의 이같은 과한 수치는 합리적으로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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