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재처방 받은 고혈압약서 또 발암물질…환자들은 분통


[파이낸셜데일리=김정호 기자] 10년 넘게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는 서모(67)씨는 지난달 자신이 복용중이던 고혈압약에서 발암 가능 물질이 검출됐다는 얘기를 듣고 다니던 동네 의원에서 약 처방을 변경했다.


하지만 한 달도 안 돼 재처방을 받은 약에서 또다시 같은 물질이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서씨는 "약만 바꾸면 문제가 없다고 해서 바꿨는데 또다시 같은 일이 발생했다"며 "이번에 약 처방을 바꾸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또 다시 같은 문제가 생길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8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암 가능 물질이 든 고협압 치료제 59개 품목에 대해 잠정 판매 및 제조 중지 조치를 내린 후 각 병·의원과 약국, 제약사 등에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약도 판매중지 조치가 내려졌는지, 교환 방법 등을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한 약사는 "문제가 된 약을 처방받은 환자에게 연락해 약을 교환해 달라고 안내하고 있다"며 "발암 가능 물질이 든 고혈압약에 대해 처음 조치가 내려졌던 지난달에 비해서는 덜하지만 관련 문의가 꾸준히 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약사는 "지난달 복용하고 있던 고혈압약에서 발암 가능 물질이 나와 재처방을 받아 복용 중이었는데 또다시 문제가 발생한 환자들이 가장 불안해 하고 있다"며 "발사르탄 성분 자체를 못 믿어 병원에서 다른 성분으로 재처방 받아 오는 환자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주로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약이 포함됐는지, 포함이 됐다면 교환 방법은 어떤지 등을 문의하는 전화가 오고 있어 관련 내용을 홈페이지에 팝업창으로 띄워 놨다"며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병의원을 통해 재처방을 받아 교환하라고 안내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발사르탄 성분 고혈압 치료제에서 또다시 발암 가능 물질이 검출돼 판매중단되면서 보건당국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에 판매중단된 문제의 고혈압약을 복용 중인 환자만 18만1286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1만5296여명은 한 달 전 문제가 돼 이미 한 차례 재처방을 받은 환자인 것으로 드러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앞서 지난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에서 수입·제조되는 모든 발사르탄 원료 고혈압약에 대해 조사한 결과 대봉엘에스가 제조한 일부 발사르탄에서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관리기준인 0.3ppm을 초과한 것으로 확인돼 59개 품목에 대해 잠정 판매 및 제조 중지조치 했다.


대봉엘에스는 중국 주하이 룬두사의 원료를 수입·정제해 발사르탄 성분의 원료의약품을 제조해왔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5년부터 3년간 국내 발사르탄 원료의약품 시장에서 대봉엘에스가 제조한 발사르탄의 비중은 약 3.5%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이번에 잠정판매 중단된 의약품 가운데 연간 매출액이 가장 높은 의약품은 대원제약 '엑스콤비'로 지난해 원외처방액 95억원을 기록했다. 또 엘지화학에 위탁제조해 화이자가 판매하고 있는 '노바스크브이'도 처방액이 76억원에 달한다. 이어 휴텍스제약의 '엑스포테' 77억원,  JW중외제약 '발사포스' 64억원 등이다.


식약처는 지난달 7일에도 NDMA가 불순물로 들어간 중국 제지앙 화하이사의 발사르탄을 사용한 고혈압 치료제 115개 제품을 잠정 판매중지 및 제조 중지한 바 있다.


다만 한 달 전 문제가 됐던 고혈압 치료제의 경우 병·의원과 약국이 문을 닫은 주말에 조치가 취해진 반면, 이번에는 평일에 나온 데다 발암 가능 물질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져 지난번 만큼의 혼란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달의 경우 병·의원이 문을 닫은 주말에 갑작스레 발표가 되면서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약도 해당되는지에 대한 문의가 빗발쳤었다"며 "이번에는 평일에 발표된데다 잠정판매 중지된 품목 수도 많지 않고 NDMA 수치도 상대적으로 낮아 지난번 보다 문의전화도 적고 혼란도 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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