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韓 증시, 당분간 '박스피' 장세 이어질 듯

세계 시장서 韓 증시 이익 기대감 가장 낮아…박스피 지속 가능성
코스피 영업익 전망치, 올 초부터 하향 조정…"이익 사이클 둔화 국면"
삼성 180조 투자 소식으로 코스닥 시장은 '턴어라운드' 기대해 볼 만


[파이낸셜데일리=송지수 기자] 이익 기대감 부진으로 지속되고 있는 '박스피'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역분쟁 우려가 좀처럼 걷어지지 않고 있어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 반등세는 나타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다만 삼성 신규 투자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종목을 중심으로 코스닥 시장의 '턴어라운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오는 23일부터 160억달러(약 17조96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8일 중국이 같은 규모의 미국산 수입 품목에 대해 25%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G2 무역분쟁 우려가 재차 부각됐다. 이에 간밤 뉴욕 증시도 혼조세를 보였으며 코스피 역시 외국인의 매도세에 2300선을 간신히 지켰다.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기업 호실적에 힘입어 지난 1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면서 미국 증시에선 무역분쟁 우려감이 다소 덜어진 것과 달리 한국 증시는 유독 부진하다. 무역 분쟁 리스크에 2270대까지 급락했던 지수는 지난 13일 2300선을 회복한 이후 크게 반등하지 못하고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증시가 이익 기대감에 상승세를 회복한 반면 한국의 경우 기업들의 이익 기대감이 낮아 증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SK증권에 따르면 한국의 이익 기대감은 세계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하인환 연구원은 "지난달부터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반도체(IT), 자동차 등 수출 업체의 3분기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세계 시장에선 이런 효과를 반영하지 않은 듯한 모습"이라며 "무역 갈등 이슈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서 주가가 소폭 상승할 순 있지만 추세적 상승 흐름보단 박스권 내의 주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이익 기대감은 아시아 신흥국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경제·인구구조 등 많은 부분에서 체질이 비슷한 대만 증시가 연초 대비 3.4%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 증시는 7.1% 하락했다. 대만 증시가 IT 업종 중심인 반면 한국 증시는 중국 관련 경기민감 업종의 비중이 높은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에 비해 올해 이익증감률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는 올해 초부터 하향 조정되기 시작했으며 코스피가 연중 저점을 기록했던 한 달 전과 비교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김광현 연구원은 "이익 사이클이 둔화 국면에 들어섰다"며 "기발표된 종목들의 전망치 달성률은 98.9%지만 일부 산업재 종목과 적자가 예상되는 한국전력의 실적이 아직 발표되지 않아 확정치가 나오는 오는 15일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짚었다.


시장에선 무역분쟁의 확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이 상호 관세를 부과하며 연쇄 대응이 실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현실화한다면 중국 대미 수출의 50%, 미국 대중 수출의 84%에 해당하는 규모의 높은 관세로 거래되게 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한 가지 호재로 볼 수 있는 건 180조원에 달하는 삼성 그룹의 대규모 투자 소식이다. 삼성은 향후 3년간 투자 규모를 총 180조원으로 확대하고 국내에 130조원(연평균 4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바이오산업을 포함한 인공지능(AI), 5G, 반도체 등 4차 산업혁명 중심 사업을 4대 미래 성장 사업으로 선정, 약 25조원을 투자해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삼성은 같은 기간 올해부터 2020년까지 총 4만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고용 규모는 2만~2만5000명 수준이었지만 청년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최대 2만명을 추가 채용키로 한 것이다.


삼성의 투자로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에 대한 실제 투자가 가시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관련 장비·소재 업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번 투자 규모는 기존 추정치(100조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며 연구·개발비를 포함할 경우 역대 2번째 규모로 추정된다. 특히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160조~165조원(연평균 53조~55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평택 2층 가동 이후 소재주 매출의 출하량이 계단식으로 증가하는 국면에 진입했다"며 "시안 2차, 평택 2차, 화성 주차장 부지 등 시설투자가 이어진다면 소재주의 실적 증가 흐름이 수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SK머티리얼즈(036490), 하나머티리얼즈(166090), 원익머트리얼즈(104830), 원익QnC(074600) 등을 코스닥 기업들을 추천 종목으로 꼽았다.


일각에선 삼성의 투자 모멘텀을 계기로 코스닥 종합 지수가 바닥권을 딛고 '턴어라운드'에 돌입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투자 확대 결정은 여타 그룹의 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 정책 기조의 미세 변화 등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이라며 "향후 코스닥은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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