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김정호 기자] '양승태 행정처' 사법 농단 사건에서 윗선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는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검찰에 출석했다. 이 사건 수사 시작 후 고등법원 부장판사급이 검찰에 공개 소환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 상임위원은 23일 오전 9시40분께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그는 조사에 앞서 취재진에 "이 자리에 서게 된 것만으로도 한없이 참담하고 부끄럽다"라며 "하지만 검찰에 출석해서 진술을 하게 된 이상 아는대로 사실대로 진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윗선 지시가 있었던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아는 만큼 검찰에 들어가서 진술하겠다"라고 답했다. 이어진 '사법농단 사태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느냐' 등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검찰 청사로 들어갔다.
이 전 상임위원은 박병대 당시 행정처 처장 지시에 따라 특정 모임 소속 법관 동향을 파악한 것으로 대법원 자체 조사 결과 드러난 바 있다.
이와 함께 이현숙 전 통합진보당 전북도의원이 2015년 제기한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재판부에 '사법부에게 판단 권한이 있다'는 취지 판단이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전달하는가 하면 재판부 심증을 사전에 파악하기도 했다는 게 대법원 조사 결과다.
아울러 의혹이 불거진 이후 행정처 심의관들을 상대로 문제가 될 문건을 삭제하라는 취지 지시를 내린 것으로도 의심되고 있다. 검찰은 당시 심의관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를 뒷받침할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이 전 상임위원이 헌법재판소 파견 중이던 서울중앙지법 최모 부장판사를 통해 내부 정보를 빼돌린 정황도 포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등과 관련해 헌법재판관들의 발언을 비롯해 대법원과 관련이 있는 다수 사건 진행 경과 및 재판관 입장이 유출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이처럼 유출된 내용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까지 보고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의혹 확인을 위해 지난 20일 이 전 상임위원과 최 부장판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전날 최 부장판사를 소환해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