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유업계, 원유 가격 올랐는데..."우윳값 올릴까 말까" 고민 중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이달부터 유가공업계가 낙농가로부터 공급받는 원유(原乳)의 가격이 이달부터 인상되면서 업계도 인상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일부 업체에서는 이미 흰우유 가격을 인상했지만 가뜩이나 흰 우유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오히려 가격 인상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만큼 나머지 업체들은 인상에 따른 영향 등을 검토하면서 아직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앞서 이달부터 낙농진흥회가 유가공업계에 공급하는 원유 수매가격은 ℓ당 926원으로 기존보다 4원 인상됐다. 원유가격 인상은 2013년 이후 5년 만이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우윳값도 뒤따라 인상될 것으로 관측돼왔다. 인건비와 물가상승 등으로 인해 생산비용이 증가해 인상요인이 있던 만큼 원유가격까지 인상된 상황에서 제품가격에 반영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흰우유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우유의 경우 실제로 지난 16일부터 흰우유 1ℓ를 기준으로 3.6% 인상된 가격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실제 시중에서 판매되는 흰우유 1ℓ의 가격은 약 90원가량 오르게 됐다.


  그러나 아직 남양유업이나 매일유업 등 나머지 유가공업체들은 섣불리 가격인상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누가 곧바로 서울우유의 뒤를 따를 것인지를 두고 눈치싸움을 벌이는 측면도 있다.


  또 원유가격의 인상폭이 4원에 그쳤다는 점에서 제품가격을 인상하더라도 큰 폭의 인상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제품값을 소폭 인상할 경우 매출 증가에는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한 채 가격을 올렸다는 인상만 강하게 심어줄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가뜩이나 우유 소비가 저조한 마당에 앞다퉈 가격을 올리는 것처럼 비칠 경우 불과 몇 푼 더 벌자고 시장에 찬물을 끼얹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 판매되는 유통가격도 고려대상이다. 유통매장에서의 가격은 '1+1'식으로 할인해서 판매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명목상 가격을 올린다고 해도 실제 판매되는 가격에 인상분을 그대로 적용해서 판매할 수 있을 것인지도 고민이다.


  이 때문에 인상한다 하더라도 제품가격을 자체를 올릴지 아니면 프로모션 가격 정도만 조정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차라리 내년까지 가격을 올리지 않고 조금 더 지켜볼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어차피 올해 소폭 조정에 그친 만큼 내년에 또다시 원유가격이 조정되면 인상요인이 다시 생기는 만큼 내년까지 기다렸다가 한 번에 조정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또 이처럼 지켜보면서 이미 가격을 인상한 서울우유의 매출 추이를 봐가면서 여파가 클 경우 가격을 동결하고 아니면 가격인상 대열에 동참하는 식으로 지켜보는 방법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매장에서 두 개를 붙여 할인해 우유를 판매하는데 가격 올린다고 해도 할인제품에 과연 반영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라며 "그래서 여러 가지 방법을 놓고 시뮬레이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 올렸다가 시장에서 외면당하면 안 된다는 점도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는 원윳값이 4원만 올랐지만 내년에는 더 올라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며 "잘못하면 원윳값이 오를 때마다 매년 인상하게 될 우려도 있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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