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투기세력 겨냥한 '전세대출보증 강화'...서민에 직격탄 우려

보증기준 낮아 맞벌이 중견기업 이상 근로자 대상돼
전문가 "고소득자는 대출 상관없어…서민만 더 어려워저"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투기세력(다주택자·고소득자)을 겨냥한 전세자금대출 보증 강화가  자칫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맞벌이 부부의 소득 기준 등이 지나치게 낮아 대출 규제의 불똥이 시장을 교란하는 이른바 '슈퍼 리치'가 아니라 전세시장 진입을 노크하는 주택 실수요층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서다.


  30일 금융당국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는 오는 10월부터 전세자금보증 요건을 강화할 예정이다. 보증요건 강화는 ▲전세자금보증 이용 대상을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아울러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게만 전세자금보증을 제공한다는 요건도 추가했다. 


  이날 조치는 서울 주택시장 불안의 배후에 실수요자가 아닌 다주택자, 고소득자들이 버티고 있다는 현 정부의 진단을 반영한다. 이들이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운용하는 전세자금 보증 제도 등의 허점을 파고들어 저리로 자금을 끌어다 '갭투자' 등 투기적 용도에 실탄으로 활용하며 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보증 요건 강화 카드를 꺼낸데는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려면 전세대출보증을 반드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세대출 보증을 받지 못하면 신용대출을 받아야 하지만 이 경우 이자가 전세자금 대출에 비해 1%포인트 가량 더 높다. 신용대출 금리는 연 4%안팎을 오가는 수준이다.


  문제는 전세대출 요건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다. 대출 보증요건은 부부합산 연소득을 7000만원 이하로 정했지만 이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 주택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선의의 피해자들이 양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이러한 비판의 골자다. 이 기준대로라면 중견기업에 다니는 웬만한 맞벌이 부부들은 은행에서 전세 대출을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업체 노동력조사결과'에 따르면 올들어 300인이상 기업체에 다니는 노동자들의 1~5월 월평균 명목임금은 1인당 5572만원으로 부부가 합칠 경우 정부의 제시액을 훨씬 뛰어넘는다. 그나마 300인미만(2992만원) 근로자와 합친 평균소득은 3392만원으로 정부 제시액에 다소 못미치지만 중견기업 이상에 다니는 근로자의 많은 수가 전세대출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 있다. 


  주금공도 이에따라 자녀수·신혼 여부 등에 따라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해 ▲신혼 맞벌이부부 8500만원 ▲1자녀 가구 8000만원 ▲2자녀 가구 9000만원 ▲3자녀 가구 1억원 이하로 소득기준을 각각 적용하겠다고 하지만 다주택자·고소득자의 보증제도 남용을 선제적으로 차단한다는 취지를 충족하기에는 그래도 기준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서민들이 (대출을) 더 못 받게 될 것”이라며 “자산가들은 대출을 규제해봤자 필요 없고 결국은 서민이나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이 더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양 소장은 “대출을 규제한다고 해서 자산가들이랑은 별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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