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드업계, '투명치과' 할부잔액 70여억 '손해 우려'

카드사 "할부항변 수용, 소비자피해 최소화 노력"
할부잔액 약 72억원…카드사, 병원에 구상권 청구할 것
"카드할부 악용하는 악성가맹점 우려"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카드업계가 '압구정 교정 투명치과' 피해자의 할부항변을 모두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당연한 결정이라면서도 손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했다.


3일 카드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라 자사 카드결제한 압구정 투명치과 피해자의 할부잔액을 더이상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 총액은 약 72억원으로 추정된다.


카드사는 소비자 피해 최소화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카드사는 각사에 접수된 할부 항변을 모두 수용한다. 각자 치료 진행정도 및 사정이 다른 만큼 개인마다 사례를 살펴 처리한다고 밝혔다. 또한 아직 항변권을 행사하지 않은 피해고객을 대상으로 안내할 계획이다.


할부 항변권이란 카드 할부를 결제한 가맹점이 계약을 불이행했을 때 소비자가 카드사에 남은 할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카드사에서 항변을 수용하면 고객은 가맹점에서 서비스 받지 못한 부분에 대한 할부잔액을 더이상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항변권 수용'은 지난달 31일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따른 조치다. 공정위는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투명치과의 채무불이행 책임을 인정하고, 신용카드사도 소비자 항변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소비자는 잔여 할부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했다.


 '압구정 투명치과'는 투명한 장치로 편리하게 교정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광고해 손님을 모았다. 하지만 정작 진료받은 뒤 국수도 이로 씹지 못하거나 발음이 새는 등 부작용을 겪는 환자가 수백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에는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수일간 휴진하고 부분진료 과정에서도 담당 의사가 자주 교체돼 사실상 진료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원장은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럼에도 할부 결제한 고객들의 카드값이 매달 빠져나가면서 문제가 됐다. 이에 카드결제 피해자들은 각 카드사에 할부 항변을 신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투명치과에서 정상영업이 가능하다며 버텼기 때문이다. 카드사에서 항변권을 수용하려면 카드 가맹점인 병원이 영업자체가 어려운 '폐업'상태여야 하는데, 병원에서 비정상적이나마 영업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이에 카드업계는 보건복지부 등 당국에 이 병원을 폐업에 준하는 상태로 봐도 되는지 문의했지만 관련 소관이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사이 피해를 입었다는 소비자 항의가 속출하자 공정위에서 '항변권 수용' 결정을 내렸다.


카드업계는 이번 항변권 수용이 소비자 보호를 위한 당연한 조치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가 크다.


카드사는 투명치과에 70여억원에 달하는 카드잔액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병원에서 카드잔액 손실을 바로 받아내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고객들에게 해온 조치 등을 보면 병원에서 카드잔액에 대한 손실을 즉시 받아내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병원에서 별다른 답변이 없을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지만 그 사이 현금흐름 등 재정적 손실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고객 접수건이 워낙 많다보니 투입해야 하는 자사 인력도 상당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카드업계에서는 또 다른 '투명치과'가 나올까 우려했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도 수백만원 할부결제를 유도한 뒤 문을 닫고 도망친 헬스장이 있었다. 그 경우 소비자는 물론 카드사 피해도 크다"면서 "이번 사례를 보고 카드 할부를 악용하는 '먹튀' 가맹점이 또 나올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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