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발행어음 시장' 판 커져…한투·NH證, 연내 4조 넘본다

한국투자증권, 6월 말 잔액 22.7조…3% 적립식 발행어음 선보여
NH투자증권, 한투와 금리경쟁 '선긋기'.. "시장규모 키우는 단계"


[파이낸셜데일리=송지수 기자] 발행어음 1호사업자 한국투자증권과 2호 사업자 NH 투자증권간의 시장 선점 경쟁이 뜨겁다. NH투자증권이 올해 7월 발행어음 판매에 돌입하며 관련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이 은행권 정기적금보다 높은 3%대 적립형 발행어음을 선보이는 등 NH투자증권과의 경쟁도 가열될 조짐이다. 증권가에서는 올 한해 발행어음 판매 잔고가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발행어음은 발행사가 직접 발행하고 고객에게 원리금을 지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금융상품이다. 시중금리가 변동해도 정해진 약정 수익률을 지급, 예치기간을 1년 이내에서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6년 초대형 IB 육성방안을 통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에 만기 1년 이내 어음의 발행과 할인·매매·중개 등 단기금융 업무를 허용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한국투자증권이 처음 선보였고 올해 7월 NH투자증권이 가세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지난 6월 말을 기준으로 2조7364억원이다. 지난 7월부터 발행어음 판매를 시작한 NH투자증권의 잔액은 7월 말을 기준으로 8000억원을 돌파했다. 증권가에서는 두 증권사를 합하면 발행어음 잔액이 연내에 무난하게 4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투는 지난해 발행어음 1호 사업자로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 인가 이후 보름 만인 11월27일 발행어음 판매에 들어갔고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1호로 가입한 뒤 이틀 만에 50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후 지난해 말을 기준, 8527억원을 판매했고 올해 6월 말에는 3배 가량 판매잔고가 늘었다.


최근에는 매달 적금처럼 적립할 수 있는 연 3% 금리의 '적립식 퍼스트 발행어음'을 내놓으며 전열을 재정비하고 나섰다. 은행의 정기적금처럼 매월 최소 10만원 이상 최대 1000만원까지 1년간 정액적립식으로 납입할 수 있다. 중도해지는 가능하나 해지 시 연 1.5% 금리가 적용된다. 개인고객이면 누구나 1인 1계좌로 가입 가능하다.


  이 상품은 NH투자증권의 'NH QV 적립형 발행어음' 상품의 약정수익률 2.5%보다 0.5%포인트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센세이션이 일었다. 중도해지 금리(1%) 역시 한투가 0.5%포인트 높다. 다만 적립식 발행어음을 제외하면 나머지 상품의 금리는 같다. 수시로 입출금을 할 수 있는 발행어음 금리는 1.55%이고, 투자 기간에 따라 ▲91~180일은 1.60% ▲181~270일 2.10% ▲271~364일 2.10% ▲365일은 2.30%로 동일하다.


특히 한투의 발행어음 금리는 은행권과 비교해도 0.5%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2개월 정기적금 금리 가운데 가장 높은 곳은 케이뱅크의 '코드K 자유적금'으로 금리가 2.55%다. 대부분 정기적금 금리가 2% 초반에 머물고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매력적이다. 다만 발행어음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보험공사가 보장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증권가에서는 당장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금리 인상 여부에 주목하며 발행어음 시장의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9월부터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의 신용공여한도가 100%에서 200%로 늘어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자기자본을 늘리지 않고도 발행어음 시장을 적극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 격화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은 금리 경쟁에 선을 긋고 있다. 실제 지난 7월 발행어음 상품을 선보일 때도 무리한 금리 경쟁보다는 상품 다양성에 초점을 두고 구간별로 상품 라인업을 다양화했다. 당시만해도 1년 만기 적립형 발행어음은 연 2.5%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자랑했다.


이후 두 달만에 NH투자증권은 예상보다 빨리 목표치를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고 꾸준히 들어오고 있는 과정"이라며 "어떻게 자금을 잘 운용할 지가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인가 직후 3개월 내에 1조원, 연말까지 1조5000억원의 발행어음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한투의 발행어음 금리 인상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1호 발행어음 사업자로서 선두를 유지하고 투자은행(IB) 사업 진출을 위한 자금 마련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한투는 "저금리 기조에서 안정적 적립식 수익을 추구하는 개인고객의 자산증식 차원"이라고 일축했다.


실제 두 증권사 모두 3호 발행어음 사업자 출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무리한 경쟁보다는 발행어음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발행어음 상품 가운데 하나인 발행어음형 CMA 잔액은 지난 6월 말 6690억원에서 지난달 31일을 1조2409억원으로 두 달 만에 두 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투와 NH투자증권이 경쟁 구도라기보다는 서로 파이를 늘려가는 과정이다. 발행어음이라는 자금 조달원이 증권사의 상품으로 자리잡는 과정"이라며 "발행어음에서 중요한 것은 운용이다. 자금을 어떻게 잘 운용할 것이냐"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은행에서 못하는 자금 조달원으로서 역할을 증권사가 한다. 리스크 분석을 해서 기업금융과 관련해 IB 연관 업체들에게 접근하면 효율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줄 수 있다"며 "정부에서 기업금융 육성을 위해 허용한 것인만큼 이에 맞춰 조달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3호 발행어음 사업자로 유력시됐던 KB증권은 지난 6월까지만해도 인가를 준비 중이었으나 직원 횡령 사건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증권은 배당 사고 이후 발행어음 사업 인가 신청을 철회했고, 미래에셋대우는 일감 몰아주기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심사가 보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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