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탈리아, 글로벌 리스크로 재부상...부채·정치 문제

10년물 국채 수익률 3.233%…2014년 이후 최고
새 정부 예산안 발표 앞두고 재정 악화 우려 확대
유럽 증시에서 자금 유출 지속… 위기 전염 조짐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터키,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통화 급락 사태와 함께 이탈리아의 부채와 정치 문제가 세계 경제의 리스크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마켓워치는 이탈리아의 정치 리스크가 올해 초 세계 시장을 뒤흔든 이후 투자자들은 유럽 주식과 채권을 매도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문제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올해 3월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며 3%를 돌파했다. 지난달 31일에는 3.233%까지 치솟아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 수익률 상승은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독일과 이탈리아 간의 국채 수익률 격차도 5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투자자들이 이탈리아 채권에 투자할 때 추가적인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지난 3월 총선에서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 동맹당이 승리한 이후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반(反) 유럽연합(EU) 성향의 포퓰리즘 정권이 출범하면서 정치 상황이 불안해지고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정부 재정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고, 투자자들은 시장에서 이탈리아 채권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현재 투자자들은 이탈리아의 새 정부가 올 가을 예산안에서 국가 부채를 심각한 수준까지 늘릴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130%를 넘어 EU 회원국 중 그리스 다음으로 높지만, 새 정부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 지급, 세금 인하, 연금개혁안 철폐 등은 막대한 재정을 필요로 한다.


  이탈리아의 불안은 유럽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유럽 주식형 펀드에서는 25주째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글로벌 포트폴리오에서 유로존 지역의 주식 비중은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아비바 인베스터스의 펀드매니저 리처드 살다나는 이날 마켓워치에 "이탈리아가 시장 심리에 큰 충격을 줬다"며 "나는 이탈리아의 예산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가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는 상황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 덕분이다. 올 여름 외국인과 가계가 이탈리아 부채를 계속 매각하는 동안 ECB는 국채 매입을 통해 금리를 낮춰주고 있었다. 하지만 ECB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은 올해 12월 종료된다. 이탈리아 재무부는 내년에도 4000억 유로(약 517조5600억원) 규모의 채권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31일 이탈리아 공공 부채가 재정 적자로 인한 잠재적인 충격에 더 많이 노출됐다며 국채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탈리아 증시도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이탈리아 FTSE MIB 지수의 상승률은 5월 말까지 유럽600지수(Stoxx Europe 600)보다 10%포인트나 높았다. 하지만 5월 이후 FTSE MIB 지수 상승률은 유럽600지수에 비해 14%포인트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터키에 대한 이탈리아 은행들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규모가 크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이탈리아 은행들은 유럽에서 터키 부채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다. FTSE 이탈리아 은행 지수는 5월 이후 28%나 하락했다.


  매뉴라이프 자산운용의 그랜트 피터슨 관리 책임자는 "터키의 문제는 이탈리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며 "이탈리아가 아직 위기를 벗어났다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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