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대차 협상 노동계 보이콧'...예견된 무산?

노동계 배제 비밀협상 "첫 단추 잘못"
성급했던 민선 6기, 밑져야 본전 7기
연봉깨기 등 '약속 비틀기' 불신 자초


[파이낸셜데일리=강철규 기자] 문재인 정부 주요 국정과제로 주목받는 '광주형 일자리'의 첫 번째 시험대인 현대자동차 광주 합작법인 투자사업이 협약도 체결하기 전에 좌초 위기에 놓인 데는 크게 3가지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예견된 무산'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가운데 이번 위기가 '광주형 일자리' 사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지 지역 관가와 경제계, 노동계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동계 배제 '비밀협상' "첫 단추 잘못"

  "노동계 배제는 악수였죠. 첫 단추를 잘못 꿴거죠"(민선 6기 광주시 고위 관계자). "아무리 호소를 해도 벽보고 대화하는 격입니다"(한국노총 광주본부 의장)


  노사민정 대타협을 전제로 적정 임금, 적정 노동시간, 노사 책임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을 4대 원칙으로 하는 광주형 일자리를 기본바탕으로 했어야 할 협상은 애초부터 시와 현대차 간 양자 비밀협상으로 진행됐고, 4대 원칙도 이러저리 뒤틀렸다.


  노동계가 1, 2, 3차 협력업체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도 시는 묵묵부답이었고, 기대 밖 저임금 구조와 노조설립 금지와 같은 독소조항 합의설에 대해서도 시는 "확정된 바 없다. 협상 진행 중"이라며 예봉을 피해갔다.


  한국노총 광주본부 측은 19일 "광주형 일자리 정신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오로지 대기업의 이익을 밀어주기 위한 시의 혈세 낭비와 지역 청년들을 호도한 대가로 얻어질 일자리 치적쌓기만 난무하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장연주 광주시의원(정의당· 비례)은 이날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시가 노동계를 배제한 채 투자 협상을 지속할 경우 광주형 일자리는 좌초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광주시민의 몫이 될 것이라며 수차례 노동계 참여를 주문했지만 시는 말로만 '노동계 참여를 바란다'고 할 뿐 비밀협상만을 고집했고, 그 결과 노동계 불신이 커졌다"며 시의 책임을 강조했다.


  노동계가 배제된 데는 일부 고위 관료와 자동차밸리위원회 고위 관계자의 직·간접적 입김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급했던 민선 6기, 밑져야 본전 7기

 시는 민선 6기 막바지에 현대차와의 투자협약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6·13지방선거가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선거 호재로 삼으려 한다'는 정치적 해석도 난무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계 참여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했고 결국 무산위기에 놓인 것은 유감"이라는 게 민선7기 이용섭호(號)의 기본 판단이다.


  전략산업국(옛 전략산업본부)을 중심으로 진즉 추진되고 완성됐어야 할 완성차공장 신설법인 설립 관련 용역, 즉 설립 타당성 조사, 사업성 분석과 경영전략, 법률 자문도 민선 7기로 넘어와서야 본격화됐다.


  총투자비 7000억원 가운데 광주시 590억원(21%), 현대차 530억원(19%), 국책은행 등 재무적 투자자 60%로 분담비율이 잠정 확정된 가운데 국내·외 지자체 주도 신설법인 설립 사례는 있는지, 재원 조달 가능성과 사업추진 과정상 위험 요인은 없는지, 시민과 전문가 여론은 어떤지, 어느 것 하나 완결된 보고서가 없다.


  리스크가 크고 처음 걷는 초행길임에도 사전준비는 엉성했던 현대차 투자 협상은 폭탄 돌리기 마냥 선거 후 민선7기로 자연스레 넘겨졌고, 전임 시장 시절 사업이어서 잘 하면 민선 6기 치적이고, 잘못되면 민선 7기가 버거운 짐을 감내해야 할 상황이어서 시로서는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며 속만 끓는 상황이 이어졌다.


  전직 시 고위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라는 대형 아젠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협약이어서, 중대 현안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답답한 구석이 많아 자칫하면 무늬만 광주형 일자리이고, 실질적으로는 단순 기업투자이고, 시로선 예측불허의 위험성을 떠안는 구조여서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연봉 비틀기 등 '깨진 약속'

  노동계가 불참을 선언한 1차적 이유는 현대차 협상이 노동계를 배제한 시와 현대차 간 비밀협상이라는 점과 4대 원칙이 죄다 뒷전으로 밀린 것 외에도 임금 비틀기 등, 당초 내걸었던 광주형 일자리 기본약속들이 깨졌기 때문이다.
 
  7000억원 투자, 1000cc 미만 경형SUV 연간 10만대 양산, 간접고용까지 합쳐 1만∼1만2000명의 고용 창출과 함께 국내 완성차업체 5곳의 연평균 임금(9213만원)의 절반 수준인 4000만원 가량을 지급하겠다는 게 기본틀이었지만 시와 현대차 양자 협상 과정에서 연봉 2100만원, 일정 기간 노조 설립 금지에 대한 합의설이 나돌면서 노동계 반발을 자초했다는 평가다.


  수용가능한 수준을 넘어 독소조항이라는 판단이고, "(현대차 협상은) 기본적으로 광주형 일자리 취지와 정신에서 벗어난 단순한 투자유치 사업"이라는 게 노동계의 결론이다.


  "협의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수차례 공개 약속했음에도, 실제 협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말 따로, 행동 따로' 행정도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광주형 일자리' 물거품 되나

 노동계는 광주형 일자리와 현대차 협상 불참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현대차 협상은 광주형 일자리 기본정신에서 어긋나 불참하겠다는 것이고, 광주형 일자리는 노동자들이 주요 당사자인 만큼 성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 광주본부 최정열 수석부의장은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 노동계가 공감하는 사업인만큼 계속 노력을 기울이되 현대차 투자 협상은 광주형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고 판단해 불참키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주요 7개 사업장은 지난해 9월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적극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참여 노조는 광주은행과 금호타이어, 기아차, 전국전력노조 전남본부, 농어촌공사, KT, 보해 등이다.


  그러나 광주형 일자리의 상징적인 사업으로 첫 시험대에 올랐던 현대차 투자 협상에 노동계가 불참을 최종 결정하면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도 크든 작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지역경제계의 우려스런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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