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삼성 '노조 와해' 경총·경찰까지 동원...전방위 회유·압박

노조 설립 전 종합상황실 꾸리고 본격 대응
조합원 결혼 여부, 정신병력 등도 수집·활용
경총·정보경찰·조합원 부친 등 외부도 동원
검찰 "에버랜드 등 다른 계열사 수사 계속"


[파이낸셜데일리=강철규 기자] 삼성이 창업 초기부터 이어져 온 무노조 경영 방침을 고수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공작을 벌인 사실이 검찰 조사로 드러났다. 검찰이 옛 에버랜드 노조 와해 의혹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수사를 계열사 전반으로 확대할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수현)에 따르면 삼성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한 2013년 6월 종합상황실을 꾸리고 대응에 나섰다.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주도로 각 전략이 구상됐고 이는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서 실행됐다.


  검찰은 '그린화 전략'으로 불린 삼성 노조 와해 공작에 외부세력까지 동참해 전방위적이고 조직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파악했다. 삼성뿐만 아니라 한국경영자총협회, 정보경찰, 조합원 가족까지 이 과정에 동원됐다는 판단이다.


  검찰 조사 결과 삼성전자서비스는 노조원을 상대로 실적 압박, 일감 안주기, 개별면담 등을 통해 노조 탈퇴를 회유·종용했다. 조합원 경력 및 출신학교, 결혼·이혼 여부, 채무 등 재산상태, 정신병력 등 건강상태 등도 수집됐다. 수집된 정보는 삼성전자서비스 인사팀에 인계, 활용됐다.


  협력업체를 상대로는 월별로 조합원 증감 현황을 취합·관리하게 하고 탈퇴 실적을 높이도록 독려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조 가입률이 높은 협력업체의 경우 매년 운영실적 평가 시 하위 등급을 주는 등 구조상 불이익도 줬다. 협력업체가 '그린화'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삼성이 조성했다는 것이다.


  경총은 2013년 7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삼성 요구대로 협력업체들에 조합원 명부 제출을 반복적으로 요구하고, 단체 교섭에 무작정 불응하는 등 방법을 지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경총 직원들이 노조원으로 분장, 협력업체 사장들을 상대로 과격한 행동을 하는 '역할극'도 진행됐다고 한다. 


  정보 경찰도 삼성 편에 섰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김모 전 경정은 2014년 8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삼성전자서비스를 위해 노조 관계자와 비밀교섭 등에 개입하는 대가로 6100만원 뇌물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조 탄압에 반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염호석씨 시신 탈취 의혹에는 염씨 부친과 염씨 지인이 관여했다. 두 사람은 2014년 8월 당시 장례 방해 혐의로 기소된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지회장 재판에서 삼성 측과 만나지 않았고 돈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위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염씨 부친이 염씨 유언과 달리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르는 대가 등으로 삼성 측으로부터 6억8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한 상태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 수사를 마무리한 검찰은 그룹 차원에서 무노조 경영 방침이 강조된 사실에 주목, 관련 사건이 접수된 다른 계열사에서도 노조 와해 공작이 있었는지 수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미 검찰은 지난 17일 삼성 에버랜드 본사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아울러 삼성 계열사 노조가 삼성에스원, 삼성웰스토리, 삼성물산 CS모터스 대표 등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한 사건 역시 공공형사수사부에 배당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그린화 문건 등이 다른 계열사에 전달돼 시행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라며 "삼성전자서비스 수사는 일단락했지만, 에버랜드 등 다른 계열사 수사는 앞으로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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