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女, 무급 가사노동 360.7조원 가치…男의 3배 수준

명목 GDP의 24.3% 수준…2009, 2014년 GDP 증가율 제쳐
무급 가사노동 시간 男 53분, 女 214분…시간당 1만569원
1인·맞벌이 가구늘면서 男 가사노동 비중 지속 증가 추세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¼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의 가사노동이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노동시간과 노동가치의 평가액은 여전히 여자의 ¼, ⅓ 수준에 그쳤다.


8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생산 위성계정 개발 결과'를 보면 지난 2014년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360조7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9년 144조9950억원에서 2004년 201조3020억원, 2009년 270조62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통계청은 비시장 가사노동의 사회적 가치가 상승하면서 국제연합(UN) 등 국제기구에서 대안적인 가계생산 위성계정 작성을 권고함에 따라 가계생산 위성계정을 개발했다. 가계 내 음식 준비, 청소, 자녀 돌보기 등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 평가를 통해 국내총생산(GDP) 등 소득통계를 보완할 목적이다. 그동안 가사노동은 다른 경제 부문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독립적인 활동인 데다 시장 판매 목적이 아니어서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적절한 가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GDP에서 제외돼 왔다.


 '위성계정(Satellite Account)'이란 국민 계정에 통합되기 어려운 특정 분야를 다루거나 특별 관심 사항에 대해 보다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되는 부속 계정이다. GDP 등에서 측정되지 않는 부분을 측정한다. 무급 가사노동가치는 같은해 명목 GDP에 대비해선 24.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기준으로 보면 710만8000원이며 이는 5년 전에 비해 29.5% 증가했다. 이를 다시 성별로 나눠보면 남자가 346만8000원, 여자가 1076만9000원이다. 1인당 무급 가사노동가치의 증감률은 2004년까지만 해도 명목 GDP 증감률보다 낮았지만 2009년과 2014년 모두 명목 GDP 증감률을 추월했다.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2014년 무급 가사노동시간은 135분으로 나타났다. 남자가 53분, 여자가 214분이다. 시간당 노동가치 평가액을 따져 보면 1만569원이다. 이는 당시 최저임금(5210원)의 2배 정도다.


가사노동의 62.8%가 음식준비(29.8%), 의류 손질 및 세탁(5.4%), 청소 및 정리(14.0%), 동식물 돌보기(1.9%), 상품 및 서비스 구입(8.8%), 주거 및 기타 가정 관리(2.9%) 등 '가정 관리'에 사용됐다. 미성년 돌보기(23.5%), 성인 돌보기(2.4%) 등 '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도 25.9%를 차지했다. 가정관리의 평가액 비중은 1999년 59.7%에서 2014년 62.8%로 증가한 반면 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의 비중은 같은 기간 29.3%에서 25.9%로 감소했다.


김대유 경제통계국 소득통계개발과장은 "재활용 분리 배출로 청소 및 정리 부문의 평가액 비중이 늘었다"며 "기존에 가계 내에서 일어났던 '돌보기' 부문이 국가나 기업 등 다른 제도로 이전돼 돌보기 부문의 비중은 줄었다"고 설명했다.


성별로 보면 2014년 남자의 무급 가사노동가치 평가액은 88조2650억원으로 5년 전(63조7440억원)보다 38.5% 뛰었다. 남자의 무급 가사노동시간은 1999년 41분에서 2004년 46분, 2009년 49분, 2014년 53분으로 꾸준히 늘었다. 남자 무급 가사노동가치 평가액의 증가율은 지난 2004년 58.5%, 2009년 38.0%를 기록하며 평균 44.7%를 기록했다.


같은해 여자의 무급 가사노동가치 평가액은 272조4650억원으로 5년 전(206조8760억원)보다 31.7% 증가했다. 평균 증감률은 33.0%다. 여자의 무급 가사노동시간은 1999년 238분에서 2004년 227분, 2009년 223분, 2014년 214분으로 지속해서 감소했다.


1인 가구 및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면서 남자의 가사노동 비중이 지속해서 늘었다. 남자의 무급 가사노동가치 평가액 비중은 1999년 20.1%에서 2014년 24.5%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특히 미혼 남자는 전체의 3.4%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무급 가사노동가치 평가액이 36.7% 크게 늘었다. 기혼 남자의 구성비는 1999년 16.8%에서 2004년 19.6%, 2009년 20.2%, 2014년 21.1%로 꾸준히 늘었고 같은 기간 평가액도 46.2% 올랐다.


반면 음식 준비, 미성년 돌보기 등이 감소하면서 같은 기간 여자의 무급 가사노동가치 평가액 비중은 79.9%에서 75.5%로 지속해서 줄었다. 기혼 여자의 구성비는 1999년 75.3%에서 2014년 70.7%로 지속해서 감소했다.


연령별로 보면 2014년 30~39세의 평가액이 104조1550억원으로 가장 높았지만 5년 전 대비 증감률은 60세 이상이 55.3%로 가장 높았다. 고령화 추세로 60세 이상의 평가액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는 데 비해 29세 이하 인구 감소로 15~29세의 평가액 비중은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


2014년 1인 가구 평가액은 26조6420억원으로 5년 전(16조6300억원)에 비해 60.2% 뛰었다. 1인 가구의 평가액 비중은 2004년 4.7%에서 2009년 6.1%, 2014년 7.4%로 지속해서 증가했다.


핵가족화 영향으로 같은 기간 2인 가구와 3인 가구의 비중도 계속 늘었다. 1~3인 가구를 모두 합친 평가액의 비중은 2004년 39.6%에서 2014년 51.2%로 크게 늘었다. 반면 가구원 수 감소로 4인 가구(121조2410억원)와 5인 가구(55조290억원)의 평가액 비중은 각각 33.6%, 15.3%로 지속해서 줄었다.


한편 가계생산 위성계정은 기초자료가 되는 '생활시간조사'의 작성 주기에 맞춰 1999년부터 5년마다 작성된다. 2014년 이후 5년 주기가 도래하는 2019년 통계는 그다음 해인 2020년에 작성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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