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홍남기 부총리 "기업 부담, 정부 정책에 적극 반영"



[파이낸셜데일리=강철규 기자] 16일 취임 후 처음으로 4개 주요 경제단체장들을 만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업에 부담된다고 생각하는 정책이나 정부 정책 관련해 지적하는 내용에 대해선 다시 한번 경제계의 의견을 경청하고 정부 정책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날 오후 3시께 서울 중구에 위치한 대한상의를 찾은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경영계 측에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경영자총협회 회장, 김영주 무역협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자리했다.

홍 부총리는 올해 우리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점을 재차 강조하며 "올해를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서비스업을 활성화하는 원년으로 삼고자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주력 업종에 대해선 적어도 다음달 말, 늦어도 1분기까지는 관련 대책을 만들어 시행하고 성과가 나도록 하겠다"며 "신산업 부문에선 규제 없는 세상에서 맘껏 창업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투자를 이뤄내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라며 경제단체장들에게 "수출 활력을 되찾는 데 힘써 달라. 정부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요청했다. 이어 "앞으로 경제계와 소통을 더욱 활성화해 기업과 접촉할 기회를 더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영자총협회 손 회장은 "지난해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수출 규모가 사상 최초로 6000억달러를 달성하고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이르렀지만,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실물 경제에서의 어려움이 크다"며 "생산과 투자가 감소하고 취업자 수 증가 폭이 큰 폭으로 축소되는 등 '삼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경기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손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근로 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상법, 공정거래법 등 기업 부담을 가중하는 법들의 개정까지 추진되면서 경제 심리가 위축되고 '기업하려는 의지'가 더욱 저하돼 어려운 시기였다"고 평가하며 "올해는 세계 경제 둔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철강과 같은 전통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이 흔들리고 그간 성장을 이끌어 오던 반도체마저 전망이 어두워졌다"고 했다.

그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구조를 보면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으며 "올해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기업들이 보다 도전적으로 투자에 나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하는 등 기업의 기를 살리는 선택적인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호소했다.

손 회장은 특히 최저임금 결정 체계 정부 초안과 관련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일정 부분 의미 있는 대안"이라면서도 "업종별·지역별 구분도 종합적으로 개편이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근로시간 단축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계도기간을 연장해 당장은 기업들이 우려하는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기업들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현재 논의되고 있는 탄력 근로제 외에도 다양한 근로시간제를 운용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들이 4차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도록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써 달라. 또 과감한 규제 개혁으로 신사업 지원을 확대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하며 "기업들도 투자와 고용 확대, 대·중·소기업 간 상호 협력, 준법 윤리 경영 실천 등과 같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 경제 활력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 박 회장 역시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안과 관련해 업종별·규모별 구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는 현재 개편안에 대해 객관성 강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소상공인들은 이미 최저임금을 한계 가격으로 내고 있기에 업종 별로 구분하지 않고 똑같은 수준으로 인상한다면 올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며 "이 문제를 잘 이해해주셔서 업종별·규모별 구분을 적용한 최저임금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오늘, 내일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젠 사회적 합의를 통해 끝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짚으며 "정부에서도 좀 더 파격적이고 과감한 중재를 해줬으면 한다. 이번 정부는 정말 다르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회장은 상속자 개인 재산 상속과 상법상 법인 주식 증여와 관련해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경제 주체인 법인을 상속하는 것도 쉽게 할 수 있도록 해 기업의 사기를 북돋아야 한다"고 했다. 또 중소기업들이 공동으로 원·부자재를 공동 구매하는 플랫폼 도입 작업과 관련해 "올해 상반기 중으로 중소기업협동조합법 등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중소기업 간 협업을 강화하는 플랫폼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이밖에 박 회장은 올해 초 중으로 시행될 특별사면에 "기업인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차원에서 소기업, 소상공인, 생계형 범죄를 포함해 경제계 사면을 같이 검토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우리나라 수출 상황과 관련해 무역협회 김 회장은 "지금껏 성장을 뒷받침해 온 수출이 지난해 12월 이후 불안한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마이너스(-)를 보인 이후 지금까지 전년 분기 대비 마이너스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세계 경기가 둔화되는 추세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과 더불어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 경제가 둔화되는 추세가 특별히 강하다. 중국 자체의 수출도 지난해 11~12월 마이너스였다"고 우려하며 "경제계와 정부 모두가 총력을 다해 어려운 여건에 대한 지원 체제를 갖춰 경제 활력을 되찾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또 지난주 세계 최대 IT 가전쇼 'CES'를 방문했던 것을 언급하며 "여태껏 스타트업 창업 자체엔 주력했지만 마케팅 및 해외 진출 부문에선 소홀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부분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세계적인 수출 기업을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고 일자리를 늘려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며 "앞으로 오늘처럼 정부와 소통할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대한상의의 박 회장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던 것을 상기하며 "파격적인 규제 개혁이나 빅데이터 등 신산업을 육성하고 지역 활력을 높이는 일에 좀 더 속도를 내면 좋겠다"며 "여러 정책을 통해 규제를 개선하고 구조적 현안에서 물꼬를 틀 수 있도록 부총리와 경제계가 팀플레이를 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부총리께서 취임 후 현장 행보를 늘리고 기업인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하며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나가고 있다고 들었다. 이에 대해 경제계도 반갑게 생각한다"고 언급하며 "상의도 그런 유의미한 만남이 더욱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중간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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