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메가 조선사' 탄생, 업계 '빅2' 체제로 전환



[파이낸셜데일리=강철규 기자]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민간에 넘기기로 하면서 조선업 구조 개편이 가시화됐다.

일단 국내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과 기본합의서를 체결한 상황이다. 두 회사가 한솥밥을 먹게 되면 출혈 경쟁이 줄어들어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적절한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31일 산은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산은은 이날 이사회 결의를 통해 산은 보유 대우조선 주식 전부를 현대중공업 앞으로 현물출자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기본합의서 체결에 합의했다.

현대중공업과 산은이 중간지주사인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을 수평적 형태로 지배한다는 게 골자다. 물적 분할 절차가 마무리되면 조선합작법인은 대우조선 지분을 68%까지 확보하고, 산은은 2대 주주가 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조선합작법인의 지분 약 28%를 보유하게 되며 산업은행 지분 7%와 우선주 1조2500억원 상당을 보유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과 결합하면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어 시너지 효과는 분명하다. 두 회사는 지난해 수주 잔량 기준으로 세계 1, 2위를 차지했다. 

사업별로 보면 완전히 겹치는 방산 부문은 하나로 줄이는 효율화를 기대할 수 있고 저가 수주 논란이 불거진 상선은 원천적으로 공급을 줄이는 데까지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가 전 세계 수주를 싹쓸이하고 있는 고부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분야에서 협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지난해 한국 조선업은 LNG선 일감을 거의 독점하며 7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수주실적 1위를 달성했다.

클락슨 집계를 보면 작년 1∼11월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 총 65척 가운데 국내 대형 3사가 수주한 실적은 56척(86.2%)에 이른다. 

업체별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25척, 대우조선해양이 17척, 삼성중공업이 14척을 각각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대우조선 인수가 성사되면 연구개발(R&D) 통합, 중복 투자 제거,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재료비 절감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기술 공유를 통해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결국 원가절감이 가능해져 수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도 "주요 경쟁사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쳐지면서 규모의 경제와 함께 유사한 부서 통폐합, 출혈 경쟁 완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당초 기대한 구조적 공급 과잉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운사이징(인력·사업규모 축소) 계획을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조선 시황과 설비 과잉을 감안하면 캐파(생산능력)를 줄여야 한다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사업 구조가 거의 동일해 인수합병(M&A)이 이뤄지면 유사한 부서의 통폐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양사 노조의 반발은 변수다. 두 회사 노조는 인력 구조조정 등을 우려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우조선 노조는 총파업을 예고하며 강경 투쟁 방침을 밝혔다. 현대중공업도 해양 분야 수주가 바닥을 드러내 유휴 인력이 발생한 터라 M&A 과정에서 상당한 출혈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계 빅2 체제 개편의 전제는 다운사이징으로 구조조정 결과에 따라 성패가 판가름 날 것"이라며 "현대중공업의 인수가 실질적으로 유리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조선사업의 규모가 더욱 커지면 업황변화에 민첩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며 "업황 침체 시 피해가 더 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대우조선 인력 구조조정이나 해양쪽 다운사이징 계획 등은 현 시점에서 답변하기 어렵다"며 "그 부분은 (산은과) 아직 전혀 협의된 내용이 없어 본 계약 체결 이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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