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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13억 인도 시장 공략



[파이낸셜데일리=김정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인도의 '신(新) 동방정책'과 정부의 '신 남방정책'의 공통점을 언급하며 협력을 강조한 것에는 13억 인도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 

신 남방정책의 서쪽 출발 지점이자, '넥스트 차이나'로 떠오르는 인도를 제외하고서는 목표하는 외교·무역 다변화를 모색하기 어렵다는 나름의 절박한 인식도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모디 총리와의 한·인도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언론발표에서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비전은 인도의 신 동방정책과 한국의 신 남방정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에 대한 큰 꿈이 있다. 두 나라의 우호협력 관계를 한 차원 더 높게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두 나라가 함께 아시아를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가 추진하는 신 동방정책과 한국의 신 남방정책은 공통된 비전과 철학을 담고 있어 두 나라 사이의 협력 관계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문 대통령의 발언 속에 녹아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 공동체'는 정부의 신 남방정책을 구성하는 '3P(People·Prosperity·Peace) 전략'을 말한다. 3P 전략이란 풍부한 인적자원(people)을 바탕으로 경제번영(prosper)을 추구하되, 안보적으로 평화공동체(peace)를 함께 만들자는 개념이다.

모디 총리 역시 자국의 신 동방정책과 한국의 신 남방정책을 접목하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문 대통령의 구상에 공감을 나타냈다.

모디 총리는 공동언론발표에서 "인도의 신 동방정책과 한국의 신 남방정책 간에 시너지 효과가 있어서 우리가 갖고 있는 특별전략 동반자 관계를 더 심화하고 강화하기 위한 강력한 플랫폼으로서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의 신 동방정책은 경제·외교·영토적으로 고립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벵골만·아세안·동북아·미국 등 동쪽으로 외연을 점차 확대하려는 대외정책이다. 외교다변화를 위한 문 대통령의 신남방 정책과 접점이 많다.

우리 정부의 신 남방정책 역시 경제·외교안보 외연 확장 정책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부터 언급한 '한반도 신 경제지도' 구상의 일부분이다. 한반도 신 경제지도 구상은 북쪽 러시아를 거점으로 하는 '신 북방정책'과 남쪽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하는 '신 남방정책'을 통해 경제 활로를 개척해 나간다는 게 골자다.

비록 신 남방정책의 거점 국가는 한반도의 남쪽 축에 위치한 인도네시아이지만, 신 남방국가의 출발 지점인 인도를 제외하고서는 힘을 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인도네시아는 좌우의 말레이시아·필리핀이 위치해 있고, 위로는 태국·베트남이 있어 신 남방정책의 핵심 국가로 평가받는다.  

인도가 신 남방국가 가운데 가장 왼쪽에 떨어져 있지만 시장규모나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하면 중요성 면에서는 인도네시아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문 대통령이 인도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 남방정책은 경제가 정치·외교에 종속 돼 미국과 중국이라는 G2국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기존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서 출발한다. 기존 대미(對美)·대중(對中) 중심의 의존적 경제외교에서 벗어나 한반도 남쪽의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 등 아세안 소속 국가로 경제의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에는 한계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는 기존 무역시장의 패러다임 대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 과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경제보복 경험에서 확인했듯, 새 시장개척의 필요성이 더해졌다.

이는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强)에서 벗어나 다변화를 꾀하겠다는 외교적 구상과도 맥을 같이한다. 외교다변화의 흐름 속에 경제영역도 다변화를 모색한다는 것이다. 신 남방정책의 강력한 추진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은 외교 다변화를 위한 첫 단추를 막 꿴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13억 인구의 인도는 신흥시장 개척이라는 경제적 이익 외에도 최근 부상하는 미국의 새 안보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과 맞물려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미국은 지난달 30일 기존의 태평양사령부 이름을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바꾸고 사령관을 새로 임명했다. 1947년 출범한 태평양사령부의 간판을 72년 만에 바꾼 것인데, 인도·일본과 손잡고 중국을 포위하겠다는 미국의 대(對) 중국 견제 전략이 반영된 결과였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태평양에서 페르시아 만(灣)에 이르는 지역을 무역투자와 해양안보 벨트로 묶어 새로운 협력을 추진하자는 외교 전략이다. 일본·호주·인도·미국을 연결하는 외교적 라인을 구축해 해상 진출을 노리는 중국을 봉쇄하겠다는 게 미국의 구상이다.
  
모디 총리가 이날 공동언론발표에서 "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포용적 비전을 갖고 있다. 또 아시아 중심성에서 공유된 번영에 대해 큰 강조점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 위에 있다.

위로는 중국에 가로막히고, 오른쪽으로는 벵골 만(灣)을 마주하는 태국·베트남·필리핀 등에 막혀 점차 고립되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인도의 신 동방정책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신 남방정책과 접목하면 아세안 진출이 용이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모디 총리가 언급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포용적 비전 언급에 깔려 있다.

모디 총리가 "이 분야(인도·태평양 지역)에 있어서 인도와 한국이 공통의 가치관과 이해에 기반을 두어 전체 세계이익을 위해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도 탈고립을 위한 적극적인 메시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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