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건설현장은 전쟁터"…고(故)김태규 죽음 진상규명 촉구

故김태규씨 사망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
청년 건설노동자들 "기본 안전조치 없어"
안전모 쓰고 나와…"매년 700명 죽어나가"
"진상 규명하고 건설사 엄중 책임 물어야"


[파이낸셜데일리=김정호 기자] 경기 수원시 공사현장에서 추락사한 건설노동자 고(故) 김태규(25)씨 사건과 관련, 청년 노동자와 유가족들이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씨 유가족과 청년 시민단체, 건설노조 등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종훈 민중당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 용역노동자 김태규 죽음의 진실을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지난달 10일 오전 8시20분께 수원 권선구 공사현장 5층에서 추락했다.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오전 8시55분께 숨졌다.


김 의원은 "시공사는 단순 실족사라고 하지만 김씨는 닫혀있어야 할 엘레베이터 반대문으로 떨어졌고, 안전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제대로 된 안전장비 조차 지급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며 "산업현장에서 계속되는 청년들의 죽음을 우리사회가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현재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30대의 젊은 노동자들이 안전모를 착용하고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나두일(33)씨는 "건설현장에서는 매년 700명의 노동자들이 죽어나간다. 전쟁터보다 더 위험한 곳"이라며 "전체 산재사고의 약 60%가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데 부실한 안전관리와 하나마나한 재발방치대책이 비극을 이어나가게 한다"고 말했다.


나씨는 "김씨가 죽은 현장을 보면 수많은 불법과 다단계하도급, 재촉하는 건설사들의 입장으로 안전부실이 난무한다"며 "경찰은 단순 실족사라며 노동자 잘못으로 떠밀고 있지만, 이런 현장에서는 누구든 다칠 수 있고 죽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김씨 대신 죽을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모두 이 자리에 나왔다"며 "김씨 죽음의 진상을 철저히 수사하고, 재해를 유발한 건설사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를 이어 받은 건설노동자 서원도(31)씨는 고인이 제대로 된 안전모를 지급받지 못하고 주워서 쓴 점, 일반적인 운동화를 신은 점 등을 언급하며 "현장이 얼마나 열악한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기본적인 안전조치조차 이뤄지지 않은 사업주의 책임 방기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서씨는 "사람이 항시 위험에 노출되고 어떤 대비책도 없는 환경이라면 언제든 다치고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며 "이를 두고 과연 고인 과실이라 부를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의 유족들은 수사당국의 태도에도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씨의 누나인 도현(29)씨는 "살면서 겪지 못한 수사기관의 추악한 민낯을 보았다"며 "경찰과 고용노동부를 보며 돈이 없고 '빽'이 없으면 이렇게 무시하고 기만하는구나, 민중의 지팡이는 썩어 문드러졌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대한민국 수사기관을 증오하게됐다"고 털어놨다.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는 "경찰과 고용부의 초기수사가 굉장히 부실했다"며 "그 죽음이 은폐될 것 같은 위기감에 청년노동자들이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검찰에 김씨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한편, 일명 김용균법인 산업안전보건법을 강화해야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업주에 대한 강도높은 처벌 없이는 건설노동자들의 목숨값과 안전비용을 저울질하는 행태를 막을 수 없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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