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8년만에 깨어난 금융소비자보호법…"알맹이 없다" 비판도


[파이낸셜데일리=송지수 기자]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 제정안이 8년 만에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주요 쟁점 사안들은 모두 빠져있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5일 전체회의를 열어 금소법 제정안(정부안 및 10개 의원 발의안을 통합한 정무위원장 대안)을 의결했다.


금소법은 지난 2011년 처음 발의된 이후 그간 총 14개 제정법안이 논의됐으나, 이중 9건이 기한 만료로 폐기됐다.


그러나 최근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연계펀드(DLF),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소비자보호에 대한 보다 강화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데 힘입어, 이날 5개 제정안 및 6개 관련 법안을 통합한 정무위원장 대안이 의결됐다.


이 제정안은 향후 법제사법위원회·본회의를 지나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되면, 공포일로부터 1년 후(금융상품자문업 관련 사항은 1년6개월 후)시행된다.


2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소법 제정안이 시행되면 자본시장법 등 개별 금융업법에서 일부 금융상품에 한정해 적용되던 ▲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금지 ▲광고규제 등의 '6대 판매규제'가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된다.


이 판매원칙을 위반할 경우 강한 제재가 부과된다.


모든 금융거래에 대해 판매규제(적합성·적정성 원칙 제외) 위반 시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신설됨에 따라 위반행위 관련 수입의 최대 50%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해진다.


또 개별 금융업법마다 달리 적용해오던 과태료 부과기준이 일원화(최대 1억원)되고, 적합성·적정성 원칙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과태료(최대 3000만원)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특히 불완전 판매 등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고, 사후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도 도입된다.


소비자는 계약 후 일정 기간 내 청약 철회가 가능하며, 판매자는 소비자가 청약을 철회할 경우 소비자가 지급한 대금을 반환해야 한다.


소비자는 판매자가 판매규제를 위반한 경우에 계약 해지 요구가 가능하며, 금융위는 소비자에 현저한 재산상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에 판매자에 해당 상품 판매금지 명령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핵심 쟁점 사안이었던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등이 모두 제외된 채 의결됨에 따라 이 제정안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우선 손해배상 입증책임의 경우 설명의무에 한해 도입키로 합의했다. 당초 원안에는 입증책임 전환 대상에 적합성·적정성 원칙이 포함됐지만, 민사소송 원칙에 반하고 금융회사 경영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대립한 끝에 이같이 정리됐다.

 

투자형 상품 손해배상액 추정 규정은 아예 삭제됐다. 원안에는 투자형 상품 판매시 설명의무를 위반해 일반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액을 추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규율대상이 투자형 상품에 국한되므로 기존과 같이 자본시장법 규정으로 운영하자는 의견이 받아들여져 결국 삭제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역시 도입되지 않는다.


판매자의 위법행위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경우 판매자는 손해액의 3배 범위 내에서 배상책임을 지도록 규정한 제도다.


하지만 이를 두고 소비자 사후구제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과 금소법 제정안에 징벌적 과징금 등 강한 제재가 규정돼 있는 만큼 도입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며 결국 미도입으로 결론이 났다.


집단소송제도 역시 도입에서 제외된다. 금융상품으로 인한 분쟁의 사실상 또는 법률상의 중요한 쟁점이 다수 피해자에게 공통될 경우에는 집단소송을 인정하는 내용으로, 현재 법사위에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전면 개정안이 상정돼 있어 별도 논의가 효율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결국 제외됐다.


대리·중개업자의 판매수수료 고지 의무도 도입되지 않는다. 소비자 정보제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과 소비자의 리베이트 요구 우려가 있어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대립된 끝에 이같이 결정됐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그나마 법안이 통과돼서 다행이긴 하지만 소비자 권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제도 등이 모두 빠졌고 입증책임도 원안보다 후퇴해 너무나 아쉽다"며 "무산된 것보다 낫다곤 해도 알맹이가 빠진 법안이기 때문에 상당히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금소법이 만족스럽진 않더라도, 일단 출발했다는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핵심 조항들이 빠진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지만 이번 금소법은 찬반 여론을 감안해 출범토록 하는데 의의가 있는 것 같다"며 "소비자 입장과 금융사들의 부담 등을 충분히 감안해 입법적인 판단이 이뤄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입법절차가 마무리되면 원활한 집행을 위한 하위규정 제정, 금융당국의 관련 기능 정비 등 후속작업을 신속히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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