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해외서 코로나 백신 접종 고령층 잇단 사망…요양병원 우선접종 괜찮나

"요양병원 대부분 만성질환자…첫 단추로 안 좋아"
"고령질환자, 체내 면역 반응 못 버텨 악화될수도"
"의료진 판단, 보호자 동의 얻어 접종 선택권 줘야"

 

[파이낸셜데일리 김정호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해외에서 고령자 중심 이상반응이 보고되면서 요양병원 등 집단거주시설 내 고령자를 우선 접종하려던 방역당국의 전략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건강상태가 악화된 고령자의 경우 면역반응을 버텨내지 못할 수 있는 만큼 백신 접종 여부를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19일 현재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사례를 보면 노르웨이에서는 화이자 백신을 맞은 고령자 29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거주하는 산부인과 의사가 화이자 백신 접종 후 16일만에 뇌출혈로 사망했고 포르투갈에서는 간호사가 숨졌다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독일에서는 건강한 90세 여성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1시간만에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정부가 발표한 우선접종권장대상자는 ▲의료기관 종사자 ▲집단시설 생활자 및 종사자 ▲노인(65세 이상) ▲성인 만성질환자 ▲소아청소년 교육·보육시설 종사자 및 직원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 ▲50∼64세 성인 ▲경찰·소방 공무원·군인 ▲교정시설 및 치료감호소 수감자 및 직원 등이다.

이중에서도 최우선 접종 대상자는 의료기관 종사자와 집단시설 생활자 및 종사자다.

집단시설 생활자 및 종사자는 요양병원과 요양원 등에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함에 따라 치명률을 낮추기 위해 최우선 접종 대상자로 고려되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지난 18일 0시 기준 국내 1264명의 사망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95%에 달하는 1210명이 60대 이상 고령자다. 사망자 중 절반이 넘는 52.4%가 시설 및 병원에서 감염됐으며 25.2%인 318명이 요양병원 감염자다.

특히 요양병원 내 고령자들은 기저질환자가 많기 때문에 백신을 먼저 접종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요양병원에는 대부분 만성질환자고 건강 상태가 안 좋은 고령자여서 평균 생존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면 굳이 접종할 필요는 없다"며 "요양병원은 (백신 접종의) 첫 단추로 좋지 않다"고 분석했다.

백신을 맞으면 체내에서 면역 반응이 형성되는데, 신체가 이 면역 반응을 버텨내야만 항체가 형성된다. 하지만 고령층은 이 과정을 견디기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노르웨이 사망자는 80~90대 이상인데 굉장히 말기 상태였고 백신 접종 후 발열이 있거나 구토, 설사를 동반하면서 사망했다"며 "백신이 몸에 들어오면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데 그때 발열이나 근육통, 두통이 생기고 그런게 없으면 면역이 생기는 게 아니다. 그 분들(사망자)은 세포 기능 자체가 면역 반응을 이길만큼 강하질 못하니 자극제가 돼 기저질환을 악화시키거나 여명을 당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 교수는 그러면서 "요양원에 계신 분들이나 일반인 중에서도 몸 상태가 안 좋거나 항암치료 중인 경우엔 무조건 다 맞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의료진의 판단과 보호자의 동의가 동반돼 접종을 하는 게 맞다. 선택권을 주는 식으로 정책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도 "말기 환자들은 금방 돌아가시기 때문에 설령 백신의 부작용이 없더라도 효과도 없을 수 있다"며 "백신이 한정적인 수량일 때 그 분들(말기 환자)한테까지 백신을 드리는 게 적절한가에 대한 검토는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에 도입되는 백신 종류 등을 고려할 때 백신 접종 계획을 수정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노르웨이의 사망자가 맞은 화이자 백신이 고령자에게서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우선 순위인 고령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는다"며 "노르웨이 사망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수의 사망자가 보고된 노르웨이는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다. 우리나라는 화이자를 비롯해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에서 백신이 도입되는데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이 2월부터 들어와 먼저 접종이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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