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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만 배불린 상호금융…깜깜이 대출 시스템 개선되나

 

[파이낸셜데일리 송지수 기자]  금융당국이 전 금융권 비주택 담보대출에 대한 점검에 착수하면서 그간 느슨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상호금융 등의 대출 규제가 어느 수준으로 강화될지 주목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와 관련해 당초 문제가 된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계획이었으나, 점검 범위를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16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임원회의에서 "LH 직원들의 무더기 대출 취급이 확인된 북시흥농협에 대해 이번주 중 신속히 현장 검사에 착수하라"며 "금융회사들의 토지 등 비주택담보대출 취급 실태 전반과 대출 프로세스 등도 면밀히 점검할 것"을 주문했다.

금융당국은 비주택담보 가계대출 규모가 최근 5년간 크게 늘지도 줄지도 않아, 거시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상호금융 등 비주택 담보대출에 대한 규제 사각지대와 관련한 문제점이 갈수록 부각되면서, 상호금융 뿐 아니라 은행,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실태 파악에 들어간 것이다.

현재 의원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각종 통계들에 따르면, 정부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옥죄면서 비주택담보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고가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비주택담보 대출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은행의 신규 비주택담보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10개월간 신규 취급된 비주택담보대출 중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100%를 초과한 신규대출이 3조1624억원(9600여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신규 비주택담보대출 총액의 35.2%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을 통해 취합한 자료 따르면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권 비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말 257조5000억원으로 전년 226조8000억원보다 13.5%(30조7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2017년 말 10.9%, 2018년 말 9.3%, 2019년 말 7.7%였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규제 사각지대로 대출이 쏠리는 문제점을 면밀히 진단해 건전성 관리 등 감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이르면 이달 중 발표 예정인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상호금융을 포함한 제2금융권 비주택담보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단 의원들이 제시한 통계에서 나타난 비주택 담보대출의 증가세는 주로 기업대출에서 나타난 것으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비주담대 가계대출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따라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전면적인 대출 규제 강화보다는 소득이 불안정한 일반 농어민 등의 피해 등을 감안해 '핀셋형' 규제를 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DSR을 일률적으로 강화하기 보다는 땅 투기 목적 대출을 차단하는 내용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다만 보다 강도 높은 대출 규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2금융권에 대한 DSR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시중은행의 평균 DSR은 40%가 적용되지만 상호금융은 160%, 저축은행·캐피털사는 90%, 보험사는 70%, 카드사는 60%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높다. 또 행정지도를 통해 40~70%로 제한하고 있는 상호금융의 비주택담보대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축소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 시중은행의 개인 비주택담보대출 LTV는 평균 60% 수준이 적용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주택담보 가계대출의 경우 총액은 늘지 않았지만 세부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며 "주택담보대출, 전세담보대출, 신용대출, 비주택담보대출 등 4가지 대출에 대한 규제를 조화롭게 하는 방향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현재 행정지도에 근거한 상호금융 비주택담보대출의 규제를 아예 법제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6월 기준 단위 농협의 전체 대출액 중 조합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28.6%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농사를 짓지 않아도 해당 지역에 주소지만 있으면 자격이 주어지는 준조합원(31.5%)과 아무런 지역 연고가 없는 비조합원(39.9%)이었다.

상호금융은 조합원들로부터 예금을 받아 이 자금을 저리로 빌려줌으로써 조합원들의 자금 융통을 돕는 금융기관이다. 그러나 설립 취지와는 달리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단위농협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 등의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정작 외지인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실 이번 LH사태의 본질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로 볼 수 있다"며 "아무리 규제로 대출을 막는다 해도 재발을 완전히 막기는 힘든 만큼, 대출 규제와 더불어 사태의 본질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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