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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법인세율 인상 추진…韓 기업에 '세 폭탄' 떨어진다?

美 "세계 법인세율 하한선 21%로 두자" 제안
"기존 논의 수준보다 높아 재원 확보 위한 것"
EU 찬성하며 논의 급물살, 홍남기 "적극 참여"
한국, 현행 법인세율 높아…영향 크지 않을 듯
최저한 세율 논의에 주목…최종 쟁점 될 전망

 

[파이낸셜데일리 이정수 기자]  미국이 "법인세율의 세계 하한선을 정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각국이 일정 수준 이상의 법인세를 걷어 다국적 기업이 더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정부는 이 여파가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

9일 정부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는 지난 5일(현지 시각) 자국 내 주요 법인세율을 28%로 인상하겠다고 밝히고, "세계 최저 세율을 21%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대외 경제 정책에 관한 연설에서 "다국적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해 세계 경제가 더 번창할 수 있도록 세계 최저 세율을 함께 도입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이 수년 전부터 논의하고 있는 디지털세(Digital Tax) 논의의 연장선이다. 구글 등 다국적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돈을 벌어들이는 국가에 물리적 사업장을 두지 않아 세금을 물리기 어려운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다. 특히 특허권 등 무형 자산 소유권을 저세율 국가 자회사에 둬 조세를 회피하는 경우다.

 

'이익이 나게 한 고객이 있는 국가에서 과세해야 한다'는 논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이익 배분 기준을 만드는 것이 이 논의의 핵심이다. 이것을 '필라(Pillar) 1'이라고 부른다. 이로써 해결할 수 없는 조세 회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필라 2)의 중점 사안이 '세계 최저한 세율 도입'이다. 국외 소득에 일정 수준 이상의 세율을 매기자는 것이다.

미국 행정부는 이 필라 2에서 국제적으로 논의되던 수준(12.5%)보다 높은 최저 세율을 적용하자고 나선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대규모 재정 투입을 결정한 미국이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재원 확보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자국 기업이 저세율 국가로 이탈하지 못하도록 다른 국가 세율도 함께 올리려는 속내다.

김기찬 가톨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뉴시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증세에 나선 미국 행정부가 자국 기업의 이탈을 겁내서 (법인세율의 세계 하한선 설정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저세율 국가를 통해 조세를 회피해온 기업의 재무 실적이 더 좋았는데, 조 바이든 대통령 집권 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 공조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썩여오던 독일·프랑스 등 유럽 연합(EU) 주요 국가도 이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경제 국제기구까지 이에 동참하면서 세계 최저 법인세율 도입 논의는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인 한국도 이 논의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디지털세 과세 방안 마련과 관련한 국제 사회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논의가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적용 대상이 '세계에서 발생하는 연 매출액 합계가 7억5000만유로(약 9900억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이어서다. 한국은 현행 법인세율도 높은 편에 속한다. 우선 최저한 세율이 대기업의 경우 17%(과세 표준 1000억원 초과 기준)다. 최고 세율은 27.5%로 세계 9위 수준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논의는 세계 각국에 '법인세율을 일괄적으로 인상하라'는 것이 아니다. 저세율 국가를 통해 조세를 공격적으로 회피하는 다국적 기업을 타깃으로 한 것"이라면서 "(한국 기업이) 피난처에 자회사를 두지만 않았다면 이 논의로 받을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긴장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미국이 원하는 바대로 최저한 세율이 높은 수준에서 결정될 때를 대비해서다. 한국의 현행 법인세율보다 높아지면 영향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기재부는 최저한 세율을 어느 수준으로 정하느냐가 최종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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