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오비맥주 vs 하이트진로, 홍보물 탈취전…진흙탕 싸움

오비맥주, 홍보물 분실사건 경찰에 수사 의뢰…결과에 따라 소송 검토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추정 직원이 홍보물 철거에 경찰 수사의뢰 계획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여름철 성수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마케팅 경쟁이 서로를 겨냥한 소송전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쟁사 직원이 자사 홍보물을 훼손했다는 게 이유다. 

카스를 앞세운 오비맥주가 가정·유흥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하이트진로 테라의 시장 점유율 확대가 본격화되고 있어 올해 들어 양사의 신경전은 더욱 거세진 모습이다.

주류업계는 동업자 정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상대 기업이 잘못한 부분을 부각하며 비방전의 수위를 높이는 등 갈등의 골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7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 성남시 소재 한 식당에서 오비맥주의 한맥 홍보물 분실사건이 수차례 발생했다. 오비맥주는 홍보물을 분실 당한 업주로부터 CCTV를 확보한 뒤 이 사건을 성남중원경찰서에 수사 의뢰했다. 

경찰의 CCTV 확인 결과 한맥 홍보물을 허락없이 가져간 이들이 타고 있던 차량은 하이트진로의 법인 차량으로 추정된다. 오비맥주는 향후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하이트진로에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비슷한 시기에 인천 안양 등에서 오비맥주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진로 홍보물을 훼손하고 한맥 홍보물을 붙였다는 주장을 펼쳤다. 

오비맥주 측은 업주의 허락을 받고 홍보물을 교체했을 뿐이라고 반박했지만 하이트진로는 업주의 허락과 상관없이 하이트진로의 자산을 훼손했다는 논리로 경찰 수사를 의뢰한다는 계획이다.

홍보물 훼손을 두고 양사의 신경전은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영업현상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본사 차원의 대응보다 원만한 합의를 우선시했지만 지금은 본사를 겨냥한 행보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하이트진로 영업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한맥 홍보물을 허락도 없이 가져간 사건과 업주의 허락을 받고 하이트진로의 진로 홍보물을 한맥 홍보물로 교체한 것이 왜 비슷한 사건으로 볼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향후 어떻게 대응할 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치열한 영업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마찰로 대부분 영업단에서 서로 조율하며 합의과정을 거치며 해결해 왔다"며 "이유가 어떻든 이런 일이 발생하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 다만 이번에 확인된 경쟁사의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수사의뢰를 진행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사의 신경전은 올해 초에도 있었다. 

지난 3월12일 오비맥주가 신제품 올 뉴 카스를 공개하던 날 하이트진로는 행사 직전 '테라 필두로 맥주 부문 성장세 이어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날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오비맥주 측에서는 '이웃 잔치집에 가서 재 뿌리진 않는다'는 암묵적인 룰을 어긴 행위라는 지적을 제기했지만 하이트진로 측은 통상적인 홍보일 뿐이라는 입장으로 맞서기도 했다.

상대방을 겨냥한 자극적인 광고가 나오기도 했다. 오비맥주는 테라를 겨냥한 한맥을 출시하며 '강력한 탄산만이 라거의 맛이라는 오해들에게'라는 선전 포고를 하기도 했다.

주류업계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불행한 산물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시장 규모가 줄어든 유흥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보니 동업자 정신보다 자사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가정 시장에서의 매출 비중이 70% 수준으로 크게 오른 것도 경쟁을 부추기는 요소"라며 "오비맥주로서는 가정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하이트진로의 테라를 의식할 수 밖에 없고 업체간 경쟁이 과열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경찰 수사가 이어지고 서로를 겨냥한 소송전이 잇따를 경우 사태가 일파만파 확대되며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수 밖에 없다"며 "동업자 정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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