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이재용 부재' 삼성전자, 해외투자 지연…TSMC, 美·日 등 투자확대

삼성전자, 미국 투자계획 아직 확정 못해
경쟁업체 TSMC, 미국 이어 일본 투자 검토
이재용 부재 속 삼성전자 경쟁력 하락 우려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이재용 부회장이 부재 중인 삼성전자가 미국 투자를 좀처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반면 경쟁업체인 대만 TSMC는 미국에 이어 일본까지 투자를 고려하며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적기에 해외투자를 결정하지 못하면 TSMC에 뒤쳐진 경쟁력을 따라잡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21일 미국 신규 파운드리 공장 구축에 총 17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힌 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는 미국 주정부 측과 인센티브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영향이 크다.

현재 텍사스, 애리조나, 뉴욕주 등 미국 주요 지역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세우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세금 감면, 인프라 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를 내걸고 있지만 아직 최종 지역은 확정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이들과 인센티브 규모 등을 협의하며 지역 선택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TSMC는 최근 반도체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1일 일본 니혼게이자신문은 TSMC가 일본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 11일 복수의 반도체 공급업체 간부를 인용해 TSMC는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TSMC의 투자결정은 일본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TSMC는 신설 공장에 16㎚(나노미터·10억분의 1)와 28㎚ 공정을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월 TSMC는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반도체 연구개발 거점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TSMC에 약 190억엔(2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TSMC는 미국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 120억달러(약 13조4000억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는 것을 포함해 추가로 최대 5개의 공장을 건설할 방침이다. TSMC는 피닉스에서 첫 공장 부지를 구입할 때 이미 추가 투자를 고려해 충분한 공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초에는 반도체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앞으로 3년간 1000억달러(약 113조2300억원)를 투자한다 발표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TSMC에 비해 소극적인 투자 방침을 보이는 것을 놓고 크게 우려한다.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투자 적기를 놓치면 앞으로 TSMC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다.

삼성전자로서도 어려움은 있다. 투자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부재 중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재판에서 법정 구속된 뒤 수감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 부회장을 대신해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이 반도체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 다각도로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그 한계는 뚜렷해 보인다.

실제 김기남 부회장은 이 같은 어려움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털어놓은 바 있다.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김 부회장은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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