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비자 편익증진을 위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협의체’ 구성을 기대하며….

[파이낸셜데일리 정길호] 올 3월 기준으로 약 3천 977만명이 실손보험에 가입하였고, 청구 건수도 연간 1억 건 이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뿐만아니라 올해 실손보험 지급 가능액도 13조 5천5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보험금 청구절차의 불편함으로 인해 대략 2천860억원의 보험금 지급 포기가 예상되어 실제 지급 보험금은 13조 2천6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보장받을 수 없는 비급여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에 가입한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복잡하고 불편한 보험금 청구절차로 인해 실질적으로 보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소비자 편익을 위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13년째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실손보험청구 절차의 간소화를 권고한 후 소비자들은 소비자 권익과 편익 증진을 기대하며 소비자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오랜 세월을 기다려 왔다.

 

2015년 10월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여러 차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정책협의체 또는 실무협의체를 운영해 왔으나, 정부부처 및 의료계와 보험업계 간의 이해차이를 들어 장기적으로 끌어 오면서 소비자의 피해만 더욱 가중되고 말았다.

 

10년을 넘게 참아 왔던 (사)소비자와함께를 비롯한 소비자단체들이 2019년 4월을 기점으로 공동성명서 발표, 기자회견, 간담회 개최 등을 통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의 입법’을 촉구하였다. 

 

또한 20대 국회와 21대 국회에서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국회 입법발의를 하였고, 현재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채택하여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지난 3일에는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회의 주관으로 ‘디지털플랫폼 정부 보건의료 선도과제 TF회의’가 개최되었다.

 

지난 14일에는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주최하고 윤창현 국회의원실과 한국소비자단체연합과 (사)소비자와함께가 주관하는 “실손보험금 청구간소화, ‘실손비서’ 도입 국회토론회”가 개최되었고, 이 토론회에서 대한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는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에 찬성합니다.(토론회 자료집 15페이지)”라고 분명히 밝혀 기대감을 높였다.

 

물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인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하여 의료기관에 보험사로의 청구를 강제화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것’이라는 전제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회가 끝난 후 대한의사협회는 바로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부인하면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전면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아 당황스럽게 하였다.

 

이는 토론회를 개최한 국회와 소비자단체를 비롯한 약 4,000만명 가량의 실손보험 가입자와 더 나아가 전국민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소비자의 편익 제고가 실현될 수만 있다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의 입법이 아니 되어도 좋다. 그리고 전산화의 중계기관이 심평원이든, 민간 핀테크업체이든, 또는 다른 제3자의 기관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다만, 문제는 지난 13년 동안 의료계가 주장하는대로 실효성이 있는 보험금 청구 전산화에 대한 실질적인 성과가 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전산화 실현을 위해 노력할 의지가 있는지, 또한 과연 제도적 관리 없이 민간 핀테크업체에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자율적으로 맡긴다면 지금까지 의료계가 우려해 왔던 개인정보와 의료정보 유출 또는 훼손 등에 대한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더욱 크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비자(국민)의 입장에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법과 제도 안에서 공신력이 있는 정부기관에서 맡는 것이 보다 안전하고 바람직하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소비자단체가 처음부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에 대한 입법을 주장한 것은 아니다. 2019년 이전까지 소비자들은 입법이 아니라 정부가 의료계와 보험업계 등과 함께 권익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소비자의 편익을 위한 실효성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마련할 것을 기대하고 기다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소비자단체, 환자단체, 학회, 언론 등에서 소비자의 편익을 위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었다. 하지만 이러한 소비자들의 목소리들은 반영되지 않고 정부부처와 의료계와 보험업계 간의 입장과 의견 차이로 지연되기를 반복되어 오면서 소비자들의 피해만 증가될 뿐이었다.

 

이에 이를 지켜 보아왔던 소비자단체의 입장에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의 입법만이 정부가 책임 있게 법과 제도 안에서 실효성 있는 보험금 청구 전산화가 이루어질 것이라 판단하였고, 또한 이를 통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로 인한 의료계의 우려도 해소될 수 있고, 이로 인한 여러 당면 과제들도 보다 신속하게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여전히 말로만 쟁점화하여 앞으로 10년, 아니 그 이상을 끌다가 말 것이다. 이것이 지금 소비자들이 가장 분노하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지난 14일에 열린 “실손보험금 청구간소화, ‘실손비서’ 도입 국회토론회”에서 국민의힘 윤창현 국회의원의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위해 정부기관, 의료계, 보험업계, 소비자단체가 참여하는 8자 협의체 제안에 대해 큰 의미를 가지고 환영한다.

 

코로나19 팬더믹 후 언텍드시대를 맞이하여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loT)과, 블록체인, 5G, 클라우드 등 최첨단 IT기술을 통한 청구 전산화는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기존의 모든 쟁점과 입장들을 테이블 위에 모두 내려놓고 소비자(국민) 뿐만 아니라 의료계, 보험업계 간의 상호 편익성의 증대를 위한 실효성 있는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그것이 지금 소비자가 원하는 바이고 또 그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그리고 의료계의 우려대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로 보험사가 이익만을 위해 이를 악용하여 소비자의 권익과 의료서비스의 질을 훼손하여 피해가 발생한다면 반드시 우리 소비자단체들은 이를 절대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에 의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목적과 취지에 맞게 소비자의 권익증진과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을 위하여 정부와 의료계, 보험업계, 소비자단체 등이 상호 존중과 협력을 통해 올바른 해결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을 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단체((사)소비자와함께) 역시 실효성 있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역할과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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