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7일 기준 금리를 연 2.00%로 동결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본회의를 열고 기준 금리를 현재의 2.00%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한 뒤 이달까지 4개월 연속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은 지난해 4분기 이후 가계 부채가 크게 늘어나며 '금융안정'을 위협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 부채는 ▲기준금리 인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주택 대출 관련 규제 완화 등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에만 무려 20조원 이상 증가했다.
올해도 가계부채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은행권의 가계 대출은 올 1월에도 1조4000억원이나 늘어났다. 이는 지난 2008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도 ▲10월 6조원 ▲11월 5조9000억원 ▲12월 6조2000억원 등으로 작년 10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더욱 확대되고 있다. 올 1월에도 2조5000억원이나 증가했다.
현재 가계부채는 가처분 소득의 160% 수준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136.2%)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소비를 제약하는 '임계점'을 맞고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정부가 연 1%대의 수익공유형 주택 대출까지 도입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더 내리면 가계 부채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금융안정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한은이 가계부채가 소비를 짓눌러 경제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주택금융공사 추가 출자 등 정부와 공동대응을 검토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금융시장 전문가들도 이달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실어왔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금리가 떨어지면 가계부채가 더욱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지금은 금리를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방향성을 지켜보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김진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거시분석실장은 "최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발언을 살펴보면 서둘러 기준금리를 인하할 의지가 없다는 게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은이 상반기 중 기준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 유로존·일본 등이 주도하는 환율 전쟁, 산유국의 재정악화 등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들이 곳곳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금융연구실장은 "아직까지는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지난달과 비교하면 인하 압력이 커진 것 같다"며 "무엇보다도 환율 측면에서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적표가 결국 한은의 기준 금리 추가 인하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4분기 우리 경제는 수출과 내수 부문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0.4% 성장하는 데 그쳤다.
한은은 윤달에 따른 결혼식 감소, 단통법 요인까지 겹쳐 성장률이 둔화됐지만, 우리 경제가 올해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 예기치 못한 악재들이 불거지면 우리경제가 성장 경로를 이탈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은은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