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광화문 광장'…세월호 가족들 '삭발식' 하늘도 울었다

  • 등록 2015.04.02 17:3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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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가족들의 삭발식이 거행된 광화문 광장이 '눈물 바다'가 됐다. 이들의 마음을 아는지 하늘도 함께 울었다.

2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실종자, 생존자 부모들이 모여 삭발식을 거행했다. 같은 시각 진도 팽목항에서도 삭발식이 있었다.

따사로이 내리 쬐던 봄 햇살은 삭발식이 진행되는 도중 먹구름으로 가려졌다. 이들에게서 잘려 나간 머리카락이 바람에 여기저기 흩날렸다.

이윽고 참가자들의 굵은 눈물 방울과 함께 빗방울이 떨어졌다. 사회자는 "하늘이 우리의 목소리를 들었나보다"고 말했다.

이날 삭발식에는 단원고 학생 고 유예은 학생 아빠 유경근씨와 고 김수진 학생 아빠 김종기씨 등 50여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짧게 자른 머리에 '진상 규명', '시행령 폐기'가 적힌 노란 띠를 머리에 둘렀다.

삭발식 현장을 둘러싸고 두 손 모아 삭발식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더는 닦아내지도 않았다.

몇몇 시민들은 아이들을 떠나보낸 것이 자신들의 잘못인 듯 삭발식 내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시멘트 바닥에 떨어진 눈물 자국만 쳐다봤다. 한 여학생은 어깨를 들썩이며 울다 힘에 겨운 듯 휘청거리기도 했다.

희생자와 실종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이 광화문 광장에 울려펴졌다. 그 사이로 계속해서 가족들의 머리를 미는 바리깡 기계음이 나즈막이 들렸다.

 '정부 시행령안 폐기하라! 세월호 온전하게 인양하라!'고 적힌 노란색 가운을 두르고 앉은 부모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먼 곳을 응시했다. 입은 굳게 다문 채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삭발 도중 유경근씨는 허리를 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꺼이꺼이 소리 내 울었다.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머리를 밀어주던 봉사자는 등 뒤에서 어머니를 끌어안고 한참을 흐느꼈다.

고 김민정 학생의 부모는 삭발을 마치고 서로 손을 꼭 잡고 눈물을 닦아냈다.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이 설치된 광화문 광장 앞쪽은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시민과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삭발이 끝난 가족들이 "이 어리석은 나라에 우리 딸을 태어나게 한 죄, 참 미안하다", "내 새끼에게 미안해서 어떻게 사냐"고 울부짖기도 했다.

고 박영란 학생 아빠 박덕순 씨는 "그놈이 꿈에 한번도 안 나타나준다. 한번이라도 꿈에 나타날 수 있게 해달라. 정말 미안하니까 꿈에서라도 안아줄 수 있게 제발 도와달라"고 외쳤다.

삭발식이 끝나고 민 머리를 들어낸 가족들이 나란히 섰을 때 빗방울은 후두둑 소리를 내며 더 힘차게 떨어졌다. 한 아버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정면으로 쳐다봤다. 얼굴 위에서 눈물과 빗물이 섞여 흘러내렸다.

행사가 끝났음을 알리자 곳곳에서 "힘내세요", "함께 할게요" 등의 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날 유가족 100여명과 시민 100여명이 광장을 채웠다.



강신철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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