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샷' 찍고 유포하면 무조건 범죄? NO

  • 등록 2015.04.03 09: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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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를 앞둔 자동차의 '스파이샷'을 찍어 인터넷 사이트에 유포한 이들이 형사처벌을 받게 된 것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출시를 앞둔 차량의 내외부 디자인을 몰래 촬영해 인터넷에 유포한 김모(49)씨와 이를 자동차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린 임모(40)씨 등 3명을 영업비밀 누설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번 경찰 수사를 놓고 일각에서는 형사처벌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업체의 공식 동회회라는 곳에서 조차 스파이샷은 버젓이 게시돼 있고, 인터넷에서 스파이샷을 검색하면 수많은 기사가 뜬다. 

스파이샷이란 스파이와 샷을 결합한 신조어로, 시판되지 않은 자동차를 몰래 촬영해 게시하는 자동차업계의 '파파라치' 행태를 말한다.

종종 도로나 시내에서 위장막으로 가려진 차량들이 주행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이는 자동차 업체가 개발 단계에 있는 차량의 출시를 앞두고 시운행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려진 부분의 모습이 궁금해 몰래 촬영했다간 졸지에 범죄자로 전락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스파이샷을 찍는 모든 사람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스파이샷은 해당 차량의 시장성뿐 아니라 존폐와도 직결될 만큼 중요한 영업비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위장막을 걷어냈거나, 스파이샷을 찍는 행위 자체가 영업비밀이란 점을 알고 있는 경우, 경제적인 수익이나 홍보 등 부정적인 목적을 갖고 있을 경우에 해당하면 경찰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기사를 접한 누리꾼들은 "스파이샷을 찍는다고 형사처벌 할거면 도로에서 시운행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거나 "위장막을 걷어내고 스파이샷을 찍은 것은 범죄"라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특히 누리꾼 중 아이디 'na10****'는 "대기업이 움직이면 법도 바뀌는 나라"라고 지적했고, 'star****'는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스파이샷은 다 광고였음이 증명됐다"고 전했다. 

아이디 'mega****'는 "인천공항 근무자는 그렇다쳐도 중국사이트에서 퍼온 사진 올린 사람은 왜?"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수사는 자동차 업체들의 제보로 이뤄졌으며, 피의자 3명을 정확히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입건된 김씨는 인천국제공항 화물 운송업체에서 일하며 지난해 11월 해외 시험주행을 위해 항공기 적재점검 대기 중이던 현대자동차 SUV 투싼의 내외부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자신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인터넷 동호회 카페에 게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당시 막바지 개발 단계에 있는 테스트 차량의 외부 위장막이 일부 벗겨겨 있자 이를 촬영하고 차량 내부로 들어가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등을 직접 찍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위장막을 걷어내 내외부 디자인을 촬영했으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부정적인 목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출시를 앞둔 투싼을 공동구매하기 위한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김씨가 유출한 사진을 입수, 사이트를 홍보하는 워터마트를 넣어 6차례에 걸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씨의 행위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해당 자동차업체에 손해가 간다는 걸 명백히 알고 있었음에도 경제적 수익을 얻고자 스파이샷을 게시한 것"이라며 범법 행위로 판단했다. 

이들과 함께 적발된 서모(32)씨는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에 근무하며 올해 2월께 기아자동차 K5 후속모델의 내부 디자인을 찍은 사진이 중국 자동차 관련 사이트에 유출된 것을 확인하고, 자신이 직접 촬영한 것처럼 편집해 국내 자동차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서씨는 자동차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자신의 행위가 영업비밀 누설에 해당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독점공개 K5 후속모델-실내 공개'라는 제목의 사진을 올려 관심을 끌었다"고 입건 배경을 전했다. 

한편 자동차 업계는 미출시 자동차의 내·외부 디자인 유출은 효과적인 광고나 마케팅에 차질을 빚고 구형 자동차의 판매량 감소와 해외 경쟁업체의 모방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강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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