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권모(28·여)씨는 최근 친구들과 모바일 메신저를 주고받으며 횡단보도를 건너다 아찔한 경험을 했다.
당시 권씨는 왕복 8차선 횡단보도에서 휴대전화를 보느라 신호가 바뀌는 줄 몰랐다. 미처 다 건너지 못한 권씨는 승용차가 자신을 향해 돌진해오고 있는 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
승용차가 급정거를 하며 가까스로 멈춰 사고는 면했지만, 얼마나 놀랐는지 권씨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권씨는 "당시 스마트폰에 빠져있어서 신호가 바뀐 지 전혀 몰랐다"며 "그 뒤로는 횡단보도에서는 절대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길을 걷다가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다른 사람과 부딪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한 풍경이 됐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만 이미 습관처럼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보행 중 스마트폰에 집중하다보면 위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져 사고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대응력이 떨어지다 보니 자칫 목숨을 잃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보행 중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관련 사고도 꾸준히 늘고 있다.
11일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보행 중 교통사고는 2009년 437건에서 2010년 459건으로 늘더니 2013년에는 848건으로 4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실제 지난 10일 낮 12시부터 2시간가량 왕복 10차선 서울 광화문광장 횡단보도를 지켜본 결과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건너던 시민들이 50여명에 달했다. 아예 전화통화를 하거나 이어폰을 낀 채 길을 걷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왕복 10차선 횡단보도를 걷는 동안 단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일부 시민들은 신호가 바뀌었는지, 버스나 승용차가 다가왔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경적을 울리고서야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회사원 강모(34)씨는 "횡단보를 건널 때 무의식중으로 건너고, 많이 사람들이 함께 있어서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평소에 습관적으로 길을 가다가 스마트폰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매일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운전기사들은 '안전'을 우려했다.
택시기사 김모(54)씨는 "운전을 하다보면 횡단보도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깜짝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며 "신호가 바뀐 지도 모르고 도로 한복판에 서 있는 경우도 있어 사고라도 날까봐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에 집중할 경우 주위를 제대로 살피지 못할 뿐 아니라 청각능력도 떨어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쓰며 걷는 보행자는 사고를 당할 위험이 76%나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사고 위험에 대한 대처가 느려져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안전까지도 위협하는 행위"라며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자칫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횡단보도에서는 절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아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