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주년 5·18기념식이 거행된 18일 국립 5·18민주묘지와 광주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에서 같은 시간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지만 의미는 달랐다.
이날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 국가보훈처 주관 기념식에는 국무총리 대행인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박승춘 보훈처장, 윤장현 광주시장, 이낙연 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정현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박지원 전 원내대표, 박혜자·권은희·장병완·이윤석 의원, 정의화 국회의장 등도 자리를 함께 했다.
참석자들은 5월 관련 단체와 시민사회 단체의 기념식 불참을 불러일으킨 '님을 위한 행진곡'이 합창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제창했다.
특히 이 노래의 공식 기념곡 지정을 지지했던 김무성 대표와 정의화 국회의장도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님을 위한 행진곡'을 목청껏 불렀다.
반면 제창에 반대 입장을 보였던 박근혜 대통령과 공석인 국무총리를 대신해 참석한 최경환 부총리, '님을 위한 행진곡' 논란의 중심에 선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따라 부르지 않았다.
또 불참한 5·18 유가족과 5월 3단체 등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동원된 보훈처 직원들도 '님을 위한 행진곡'이 합창되는 것을 지켜만 봤다.
한쪽은 제창하고, 다른 한쪽은 침묵하면서 합창단의 기념공연으로 시작된 '님을 위한 행진곡'은 결국 둘로 나뉜 올해 5·18 기념식의 단면을 보여줬다.
같은 시간, 5·18 최후의 항전지였던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도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졌다.
유가족들과 오월 단체가 독자적으로 추진한 5·18기념식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공동대표, 안철수·주승용·강기정 의원과 세월호 유가족들이 참석해 시민 1500여명(주최 측 추산)과 정부가 제창을 거부한 이 노래를 함께 불렀다.
'님을 위한 행진곡'을 통해 참석자들은 80년 오월과 세월호 참사, 비정규직 등의 아픔을 보듬고 다시 한 번 35년 전 그날처럼 민주주의를 외치며 대동(大同)의 장을 만들었다.
이에 대해 김정길 5·18 행사위 상임위원장은 "'님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과 제창을 거부하며 국민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정부와 국가보훈처를 향한 따끔한 일침"이라고 평가했다.
정영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도 이날 결의발언을 통해 "우리 사회는 아직도 민주주의 투쟁의 현장"이라며 "35년 전 민주주의와 독재타도를 외치며 숭고한 피를 흘렸던 이곳에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한편 35주년 기념식이 양분된 이날 새누리당은 "성숙한 민주주의 발전을 통한 국민통합과 국민화합을 위해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념식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학생 운동 시절에 많이 불렀던 노래다. 왜 종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지 모르겠다"며 "'님을 위한 행진곡은 꼭 제창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