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사채왕'이라 불리는 사채업자 최모(61)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전직 판사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2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최민호(43) 전 수원지법 판사에게 징역 4년과 추징금 2억6864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채업자 최씨와 최 전 판사 사이엔 2008년 10월부터 공갈 및 마약 등 사건이 개입돼 있었다"며 "이에 비춰 최 전 판사와 최씨의 금전거래는 명확한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는 한 알선 명목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최 전 판사가 전세자금 명목으로 3억원을 받은 2009년 2월께는 최씨에 대한 공갈 및 마약 사건 재판이 계속되던 때"라며 "당시는 최 전 판사가 최씨를 만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으로 서로에게 순수한 돈거래를 할 정도의 친분이 쌓였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최 전 판사는 2011년 12월께 받은 1억원을 반환하지 않고 현금으로 보관하면서 간헐적으로 자신의 계좌에 분산 입금했다"며 "이를 다른 증인들의 진술과 종합하면 최씨와 최 전 판사 사이에 형사사건이 잘 처리되도록 도와달라는 내용의 청탁이 있었던 것으로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외에도 최씨의 형이 신임법관연수를 받고 있던 최 전 판사를 찾아갔던 점 등을 종합해 최 전 판사가 수수한 금품 모두에 대해 "최씨에 대한 공갈·마약 등 형사사건에 대한 알선 대가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최 전 판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그 지위에서 요구되는 공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서도 최씨의 형사사건 정보를 검색하는 등 부적절한 관여를 했다"며 "스스로 판사로서 새로이 발을 내딛으려 했다면 무거운 사명감을 가슴에 품고 스스로 그럴 자격이 있는지 되새겨봐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최 전 판사의 행동을 단순한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기엔 그 사회적 악영향이 너무 크고 뼈아프다"며 "최 전 판사의 그릇된 욕심과 행동으로 무너져버린 사법제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장기간의 실형에 처해 엄히 벌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 전 판사는 2009~2012년 사채업자 최씨로부터 형사사건 무마 등 청탁을 받고 5차례에 걸쳐 2억68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최 전 판사는 또 2009년 2월 재판 해결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하께 최씨로부터 전세자금 명목으로 3억원을 무이자 대여한 혐의도 받았다.
최 전 판사는 재판 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대가성이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사채업자 최씨의 내연녀는 그러나 이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씨가 최 전 판사에게 '사건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며 돈을 전달했다"고 대가성이 있음을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이 불거지고 최 전 판사가 구속기소되자 이 사건 첫 재판이 열리기 전인 지난 2월 최 전 판사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한편 역시 사채업자 최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검찰 수사관 김모(56)씨 등은 현재 같은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