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때 열 손가락의 지문을 찍도록 규정한 주민등록법 시행령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김모씨 등 3명이 "열 손가락의 지문을 찍는 것은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옛 주민등록법 시행령 36조 2항에 대해 낸 위헌확인 사건에서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옛 주민등록법 시행령 36조 2항은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에 열 손가락의 지문을 찍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해당 조항은 2014년 12월31일 주민등록법이 개정되면서 시행령 36조 3항으로 옮겨졌다.
헌재는 지난 2005년 5월26일에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내렸던 '합헌' 결정을 그대로 유지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지문날인제도는 17세 이상 모든 국민의 열 손가락 지문정보를 수집·보관함으로써 효율적이고 정확한 신원확인을 하기 위한 것으로 그 목적의 정당성은 충분히 인정된다"며 "한 손가락만의 지문정보로는 신원확인이 불가능할 수 있으며 정확성도 떨어지므로 열 손가락의 지문정보를 모두 수집하는 것을 지나친 정보수집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다른 여러 신원확인 수단 중에서 정확성·간편성·효율성 등의 종합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지문정보와 비견할 만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유전자, 홍채, 치아 등을 통해 신원확인을 하는 것은 지문정보 수집에 비해 인권침해의 우려가 매우 높고 확인시스템의 구축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며 신원확인이 가능한 범위 역시 협소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문정보를 범죄수사 및 대형사건·사고 등 변사자가 발생한 경우의 신원확인, 다른 사람의 인적사항 도용 방지 등에 활용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이 그로 인한 정보주체의 '불이익'에 비해 더 크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가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면서 개인정보의 수집·보관·이용 등의 주체, 목적, 대상, 범위 등을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법률적 근거를 보다 명확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현행 주민등록법을 개정해 지문정보의 수집, 보관, 활용에 대해 그 목적과 대상, 범위, 기한 등의 요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입법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정미·김이수·이진성 재판관 등 3명은 "해당 조항은 법률유보원칙과 과잉금지원칙에 반(反)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수집된 지문정보는 행정목적을 위한 신원확인 뿐만 아니라 범죄수사 등 치안유지의 목적을 위해서도 사용되고 있는데, 수사목적을 위해 지문을 채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설령 범죄수사 등의 목적으로 지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보더라도 17세 이상 모든 국민의 열 손가락 지문 전부를 날인하도록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밝혔다.
앞서 김씨 등은 주민등록발급 통지를 받은 뒤 발급신청서에 열 손가락의 지문을 찍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신청을 하지 않고 2011년 11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