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책주의'VS'파탄주의' 이혼 소송 판례 바뀔까

  • 등록 2015.06.26 09: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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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26일 '혼외자 남편의 이혼 청구 소송' 공개변론

A씨는 지난 1976년 결혼했다. A씨는 집에 늦게 들어오는 일이 많았고 잦은 음주와 외박 등으로 아내와 말다툼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는 1996년 다른 여성을 만나 2년 후엔 아이를 낳았고 아내와 별거에 들어가 15년째 따로 살고 있다.

A씨는 아내와 이혼을 요구하며 몇 차례 법원에 소송도 냈지만 부정행위의 당사자는 이혼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내가 이혼에 합의하지 않는 한 두 사람은 부부로 살 수밖에 없다. 혼인생활이 파탄 났는데도 헤어질 수 없는 건 우리나라 이혼 소송의 원칙인 '유책주의(有責主義)' 때문이다.

대법원은 1965년부터 불륜을 저지르거나 집을 나가는 등 잘못을 저지른 유책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혼인생활을 파탄낸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람을 피운 남편이 일방적으로 부인을 내쫓는 '축출이혼(逐出離婚)'을 방지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지를 떠나 현실적으로 혼인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면 이혼을 인정해야 한다는 '파탄주의(破綻主義)'를 적용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최근 하급심 법원에서도 혼인생활을 유지하는 게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면 잘못이 있는 배우자라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50년 동안 이어져 온 이혼 소송 원칙이 달라질 시점이 왔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류상으로만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건 의미가 없으니, 어느 한 사람의 책임보다는 혼인이 깨진 상태를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월 62년 만에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이혼 소송에서 일방의 책임을 묻기 어려워진 만큼, 혼인 파탄 상황을 폭넓게 해석하는 쪽으로 흐름이 바뀔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대법원은 2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대법관 13명 전원이 참여한 가운데 A씨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한다. 

공개변론에서는 김수진(48·여·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가 A씨를 대리해 파탄주의를, 양소영(44·여·30기) 변호사가 A씨의 아내 편에 서서 유책주의를 각각 주장할 예정이다. 

대법원은 사회적 관심이 높고 국민 생활에 영향이 크며 이혼 소송에서의 판례가 바뀔 수도 있는 만큼 이날 공개변론을 K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하기로 했다.
강신철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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