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93) 롯데그룹 회장의 조카이자 김기병(77) 롯데관광개발 회장의 두 아들이 800억원대 증여세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김정숙)는 3일 김 회장의 두 아들이 관할 세무서를 상대로 낸 812억원대 증여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쟁점이 된 아들들의 주식 취득 시기가 김 회장이 보관하고 있던 주주명부 기재 시점인 1991년과 1994년이 아니라 주식 명의가 이들 앞으로 정정된 2008년 7월이라고 봤다. 김 회장이 임의로 작성해 보관하던 주주명부를 상법상 주주명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롯데관광개발 재경팀이 별도로 주주내역을 관리하던 점 ▲재경팀의 주주명부에 따라 신주배정, 현금배당 등 법률적 관계가 이뤄졌던 점 ▲김 회장의 주주명부에는 권리관계가 일부 누락된 점 ▲주주명부 작성·관리자가 김 회장의 주주명부를 알지 못 했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취지로 '증여세 부과·징수의 제척기간이 지났다'는 김 회장 아들들의 주장을 배척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08년 7월 두 아들에게 롯데관광 주식 185만주(시가 730억원)를 증여하는 과정에서 세금 부과를 피하기 위해 주주명부를 이중으로 작성해 국세청에 신고했다. 당시 김 회장은 자신이 보관하던 주주명부를 제시하며 두 아들에 대한 증여세 부과·징수 제척기간이 지났다고 주장했다.
세무당국은 그러나 2008년 7월에 실제 두 아들의 주식 취득이 이뤄졌다고 판단, 지난 2011년 김 회장의 두 아들에게 각각 430억원과 370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김 회장 아들들은 이에 자신들의 주식 취득 시기가 김 회장이 보관하고 있던 주주명부의 기재 시점인 1991년과 1994년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소송을 냈다.
세무당국을 대리한 정부법무공단은 "이번 판결은 부의 세습을 정당화할 수 있는 증여세 회피 방법이 차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한편 김 회장은 지난 2013년 이같은 방법으로 400억원대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원본 주주명부가 분실돼 제출된 사본만으로는 김 회장이 주주명부를 위조·조작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명부작성과 관련된 증인들의 진술이 불일치한 점 등을 볼 때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