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사고를 내고 달아난 운전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뒤집혀 결국 유죄가 확정됐다.
사고 당시 차량 접촉을 알 수 없을 만큼 사고가 가볍지 않았기 때문에 도주의 고의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31·여)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에는 사고에 대한 인식, 미필적 고의의 정도, 상해, 인과관계, 도주의 범의, 증거재판주의, 무죄추정의 원칙, 상해진단서의 증명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4월 서울 동작구의 한 3차선 도로에서 1차로를 따라 좌회전을 하던 중 옆차로의 다른 좌회전 차량을 들이받은 뒤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 차량 운전자는 목 근육이 다치는 등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고 차량 수리비로 400여만원이 들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사고로 A씨의 차량은 도색이 약간 벗겨진 정도의 손상을 입었고 피해 차량 역시 펜더(fender)가 약간 찌그러지는 손상 정도에 불과했다"며 "A씨는 레지던트로서 밤늦게까지 근무하다가 자정 무렵 큰 소리로 음악을 들으면서 집으로 돌아가던 중 사고가 났고,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으므로 도주할 이유가 없으며, 음주상태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A씨가 일으킨 사고가 경미하지 않았고, 도주의 미필적 고의도 인정된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당시 A씨 차량과 피해 차량은 단순히 스치듯 접촉한 게 아니라 피해 차량의 펜더 부분이 찌그러질 정도의 충격이 있었다"면서 "충격음도 크게 났고 피해 차량 운전자가 두 차례나 경적을 크게 울렸던 점 등을 종합하면 A씨 역시 교통사고가 났다는 것을 미필적으로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