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이 2015년 받은 2억원의 급여를 모두 반납키로 했다. 팀장급 이상 임직원도 홍 회장을 따라 올해 인상분을 모두 내놓는다.
2013년 대규모 적자에서 지난해 흑자로 전환한 산은 임직원이 임금을 반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부실에 대한 책임과 이에 따른 경영악화로 인한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산은은 2013년 STX와 동양그룹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1조4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정책금융공사와 통합하며 흑자로 전환했었다.
산은은 대우조선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파견하고도 올해 2분기에만 3조원의 부실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부실한 관리 문제로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다시 4조2000억원의 추가지원을 약속해야 했다.
산은의 부실은 법에 따라 정부의 지원,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채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감독기관인 금융위의 눈치도 봐야하는 입장이다.
때문에 산은의 임직원 임금 반납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개혁과제로 추진 중인 성과주의 문화 정착에 호응한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임 위원장은 '금융산업 종사자의 연봉이 다른 업종에 비해 지나치게 높지만 업무량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성과주의를 통한 연봉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 산은의 경우 올해 직원 평균 연봉은 8509만원에 달한다. 부실을 떠안게 된 국책은행으로서는 적지 않은 액수여서 여론의 눈총이 따갑다.
홍 회장이 연봉을 모두 반납하며 '많은 직원들이 임금 반납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한 것도 이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노조는 나중에 동참했지만 처음엔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KEB하나은행보다 산은이 먼저 임금반납을 추진했던 것으로 안다"며 "조율 과정에서 하나은행이 먼저 발표했다"고 귀띔했다.
산은 관계자는 "책임 문제를 떠나서 경영악화가 우려되는 만큼 잘 해보려는 의지표현"이라며 "좋은 일을 한 만큼 긍정적으로 바라봐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