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임직원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진화하고 있다.
과거 보이스피싱이 가상의 이름으로 시민들을 속였다면, 최근에는 금융감독원 실제 직원 이름은 물론 간부급 실명까지 거론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보이스피싱 전화 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름은 금감원 선임국장으로 재직 중인 조성목씨다.
24일 금융감독원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이후 방문 절도와 대면 편취 등 현금을 직접 챙기는 형태의 보이스피싱은 기존 대비 2~3배 증가했다.
현금 수취형 보이스피싱 범죄는 먼저 전화로 금감원 직원 이름을 거짓으로 말하면서 "범죄에 연루됐다" "통장이 잘못 개설됐다"라는 식으로 겁을 준다.
이후 "안전 조치를 하러 직원이 찾아갈테니 돈을 준비해라"라고 말하면서 직접 가정집 등을 방문하거나 직접 만나 현금을 건네받는 방식으로 발생한다.
이날 조 선임국장은 "내 이름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이 여러 건 발생한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피해 생기지 않도록 감독을 강화했다"고 말하면서 당황해 했다.
조 국장을 사칭하는 보이스 피싱은 "금감원 조성목 과장이다"라며 "개인정보 유출로 통장이 잘못 개설됐으니 돈을 준비하라"라는 방식으로 발생했다. 최근 들어 조 국장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기 전화만도 5~6건에 달한다.
앞서 금감원 직원 사칭 범죄는 이동수 과장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발생했다. 하지만 지난 3월 들어서는 '박선영'이라는 동명이인의 실제 직원 이름을 사칭, 최근에는 조 선임국장을 비롯한 간부들까지 도용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경찰청 조사결과 가정집 등에 침입해 현금을 탈취, 절도에 해당하는 방문 절도형의 경우 7월과 8월 각각 6건, 9건에 불과했지만 9월에는 19건, 10월에는 36건까지 늘었다.
주거 침입은 하지 않고 밖에서 현금을 전달받는 방식의 범죄도 같은 기간 13건, 7건에서 9월과 10월 23건, 11건으로 증가했다.
경찰과 금감원은 통장을 개설하는 절차 등이 강화되면서 범죄 유형이 피해자를 전화로 속여 직접 현금을 받아내는 쪽으로 몰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금을 수취하는 방식의 보이스피싱 범죄는 실제 외부에서 발생하는 유형이기 때문에 실제 현금을 건넸다면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
반면 단순하게 전화만 받았다면 금감원을 통해 보이스피싱 여부를 문의·상담하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본에서도 1년에 약 1만2000건 발생하는 보이스피싱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런 유형이다"라며 "통장 개설이 어려워지면서 현금을 수취하는 유형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출책 검거 위주의 수사 현실을 볼 때 이 같은 범죄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대출, 계약 빙자 사기 같은 2차 범죄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과 금감원은 앞으로 현금 수취 등의 보이스피싱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협력 체계를 구축해 대응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