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총선이 끝난 후 “집권 여당이 모든 선거에서 이길 수는 없다”며 사실상 패배를 시인했다.
AP통신, 영국 가디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집권 통합사회주의당(PSUV)은 이번 총선에서 야권에 패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남미대륙 좌파의 가장 큰 아성인 베네수엘라의 PSUV 정권이 패배함으로써 남미 좌파의 몰락이 가속화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 평화와 민주주의가 깃들어야 한다. 나는 우리가 패배할 경우 거리로 나와 투쟁을 하겠다고 했지만, 그건 내가 틀렸다”며 선거결과에 승복할 뜻을 내비쳤다. 선거 전 발표된 일부 설문조사에서 20여개 군소 야당이 연합한 '민주연합회의'의 지지율이 여당인 PSUV를 30%포인트 이상 앞지를 정도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베네수엘라 좌파의 몰락은 유가의 급격한 하락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마두로 대통령의 임기는 2018년까지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의석 3분의 2 이상을 차지할 경우 조기 탄핵을 위한 국민투표가 실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공세에 대비해 PSUV가 대통령 권한 강화를 위해 법 개정을 시도할 경우 베네수엘라 정국은 큰 혼돈에 빠져 들 가능성도 있다.
총 167명의 의원을 뽑는 이날 선거는 전국 23개주의 4만여 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행됐다. 과거 베네수엘라 선거에서는 무장 세력들이 야권 투표자들을 위협하는 가운데 치러졌지만 이번 총선은 비교적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를 하려는 유권자들이 줄을 서 있는 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투표는 당초 오후 6시에 끝날 예정이었지만, 현재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가 아직도 진행중인 것으로 보인다. 야당인사들은 이를 부정선거를 획책하기위한 음모라면서 항의를 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 PSUV 정권이 재집권에 실패할 경우 남미 좌파는 또 하나의 큰 거점을 잃게 된다. 지난달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지난 12년 동안 집권을 한 좌파 ‘승리를 위한 전선(FPV)’ 의 다니엘 시올리 후보가 우파인 마우리시오 마크리에게 패배를 했다. 좌파인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 몰리고 있다.
지난 1990년대 말 이후 줄줄이 집권을 한 남미의 좌파 정권들이 연이어 재집권에 실패를 하면서 몰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베네수엘라 총선에서 PSUV의 패배는 다른 나라 좌파의 몰락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1999년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집권을 한 이래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서 싸우던 남미 좌파의 최대 거점이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오일머니를 밑천으로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 등 파격적인 빈민 정책을 펼쳤다.
차베스는 베네수엘라 뿐 아니라 주변 중남미 국가들의 사회주의 운동도 지원했다. 차베스는 2013년 3월 사망했지만 그의 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가 그해 후임 대통령직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