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슬림 막말'에 여야 불문 비난 세례

  • 등록 2015.12.09 11: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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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여야,백악관은 물론 유엔으로부터도 비난 세례를 받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까지 지적했다. 백악관이 대선을 앞두고 야당 후보를 꼭 집어 비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조지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후보의 발언은 그가 대통령을 지낼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모든 대통령은 미국의 헌법을 "보존하고 보호하고 방어한다"는 선서를 받들어야 하는데 트럼프 후보의 정책은 "미국 헌법이 간직하는 가치와 전적으로 불일치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후보를 '카니발 호객꾼'(carnival barker. 축제에서 사람들을 끌기 위한 호객꾼)이라고 지칭하면서 트럼프 후보의 선거 운동은 무의미하고 모욕적인 구호로 가득 차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머지 공화당이 그와 함께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끌려 들어갈지 의문"이라며 공화당의 다른 대선 후보들은 트럼프가 최종 후보에 낙점될 경우 그를 지지하겠다고 한 선언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 케리 국무부 장관도 가세했다. 프랑스 파리를 방문 중인 케리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후보의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은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때에 "건설적이지 않다"고 비난했다.

케리 장관은 "전 세계를 순방하다 보면 우리의 동맹과 적 모두 미국의 담론을 살피고 귀를 기울인다는 점이 분명해 보인다"며 트럼프 후보의 말은 외교적 측면에서 터무니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피터 쿡 국방부 대변인은 트럼프 후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IS를 자극하고 미국과 이슬람을 대립 구도로 상정하는 행태는 "미국의 가치 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에도 대치된다"고 강조했다.

쿡 대변인은 "수많은 무슬림 남녀가 오늘날 애국심을 갖고 군에 복무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전 세계 무슬림과 힘합쳐 IS와 싸우기 위해 이슬람 국가들과 협력 중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난이 터져 나왔다. 트럼프 후보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대상을 불문한 막말로 끊임없이 논란을 낳은 바 있다. 공당은 그러나 당내 경선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유한 그에 대해 직접 비난을 자제해 왔다.

공화당의 수장격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위스콘신)은 트럼프 후보의 이번 발언 이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후보는 공화당의 가치를 대변하지 않으며 그의 주장은 헌법에도 위배된다고 말했다.

라이언 의장은 "(트럼프의 발언은) 보수주의가 아니다"라며 "급진 이슬람 테러에 맞서는 싸움에서 가장 최고이자 최대 동맹 중 일부는 무슬림"이라고 지적했다.

레인스 프리버스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위원장은 "적극적으로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과 싸워 나가야 하지만 미국의 가치를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후보는 앞서 CNN과의 인터뷰에서 무슬림 입국을 금지하지 않는다면 지난 2001년 9.11 테러 같은 참사가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은 8일 반기문 사무총장이 모든 형태의 외국인 혐오와 이민자 및 인종․종교 그룹을 적대시하는 발언들에 대해 여러 차례 비난했다고 밝혔다. 하크 부대변인은 “(트럼프의 발언이) 분명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또 비록 선거 운동과정의 레토릭이라 하더라도 “이슬람이나 외국인에 대한 혐오, 어떤 특정 그룹에 대한 증오 등에 의존하는 어떠한 발언도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기연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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